애플이 사상 최대인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아이폰 판매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보여온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시도다. 올 들어 아이폰 판매가 10% 감소하면서 애플의 분기 매출은 4% 가까이 줄어들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회계연도 2분기(1~3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러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승인 금액인 900억달러보다 22%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애플은 주당 0.25달러의 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분기 매출은 907억5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4%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2% 줄어든 236억4000만달러(주당 1.53달러)에 그쳤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아이폰 판매 매출은 459억6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460억달러)에 부합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10% 급감했다. CNBC는 이러한 아이폰 판매 실적이 그만큼 아이폰 수요가 약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애플워치 등 기타 제품 매출도 전년 대비 10%가량 줄어든 79억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PC 맥(Mac) 매출은 74억5000만달러, 서비스 부문 매출은 239억달러로 집계됐다.
애플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한 자릿수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쿡 CEO는 다음주 아이패드 출시 행사,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대대적인 발표 계획"이 있다고 예고했다. 시장의 우려가 큰 중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더 생각한다"면서 이번 분기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발표가 아이폰 판매 재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가 AI 랠리에 힘입어 연초 대비 5%가량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아이폰 판매 둔화 우려 등으로 10% 하락했다.
애플의 주주인 존슨 인베스트먼트의 찰스 라인하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가 찾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아이폰의 안정성"이라며 "아이폰 판매가 줄었지만 수익성은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애플-인베스터 캐피털의 할 에딘스 부사장은 "아이폰16에서 새 AI 기능을 출시해 경쟁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실적과 함께 대규모 주주 환원정책을 공개하면서 주가는 오름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정규장을 2.2% 상승 마감한 애플은 자사주 매입 소식이 공개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7%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