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위함 사업자 선정' 변수로 영향
한화가 추진하고 있는 호주 조선, 방산업체 오스탈(Austal) 인수전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정부가 한화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였지만, 현재 호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호위함 설계사업자 선정 절차로 인해 인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태평양 지역 내 중국 해군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노후 함정을 대체하는 호위함 11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올 초 설계 사업자 최종 후보로 한화오션의 ‘FFX 배치(Batch) II 및 III’를 비롯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의 ‘메코(Meko) A-200’,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Mogami) 30FFM’,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의 ‘알파(ALFA)3000’가 선정됐다.
호주 측은 이 사업에서 호위함 11척 가운데 3척을 해외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8척을 호주 퍼스 남부의 오스탈 헨더슨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만약 한화가 사업자 선정 전에 오스탈을 인수하게 되면 후보 조선사들이 경쟁사인 한화와 지적 재산이나 핵심 기술을 공유하기를 꺼릴 수 있어서 선정 작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올 연말 호위함 설계 사업자를 먼저 선정한 이후 한화의 오스탈 인수 승인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이후에야 인수가 가시화될 것이란 얘기다.
최근 들어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가능성은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오스탈 측에 10억호주달러, 한화로 약 89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제안했을 때만 해도 호주 정부가 승인해줄 가능성은 작았다.
하지만 최근 호주 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우리 정부가 호주 정부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참여 가능성을 논의하면서 호주 정부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달 초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의 만남 이후 "(두 회사의 합병은) 오스탈의 문제이고 오스탈은 민간 기업"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한화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한화의 인수 승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현지 언론은 최근 호주와 일본이 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국방 인력 상호 접근 협정을 체결하는 등 군사적 유대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면서 일본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오스탈은 방산 및 상업용 선박의 설계, 건조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 풍력 발전소, 석유 및 가스 플랫폼용 공급 선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를 보유, 미 해군의 핵잠수함 함대를 위한 지휘 갑판 모듈과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오스탈의 인수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존스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상업 운항 선박은 연안이건 내륙이건 간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에 의해 운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