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의사들이 만든 '리커버리 신발'
신발 경도와 소재 다르게 해 피로도 감소
피드백 얻어 디자인 개선에 집중
매년 약 25만명이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찾는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에 있는 막인 족저근막의 손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발바닥 통증을 동반한다. 운동선수는 물론 하이힐, 딱딱한 구두 등 충격 흡수가 잘 안 되는 신발을 신는 이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이는 무릎·허리 통증으로도 이어진다. 바크(BARC)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직접 나서 ‘리커버리 신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변희준 바크 대표는 17일 "발, 무릎, 허리 등 어딘가 불편한 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게 하고 싶다"며 "바크는 발 피로도와 통증을 최소화한 인체공학적 설계로 디자인한 신발"이라고 말했다. 기업명이면서 브랜드명이기도 한 바크는 균형(Balance), 아치(Arch), 재활(Rehabilitation), 편안함(Comfort)을 의미하는 단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변 대표와 안광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재활의학과 의사다. 이들은 의료 현장에서 골반, 허리, 무릎, 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진료하며 습득한 임상 경험과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바크의 디자인부터 개발, 생산까지 직접 진행한다.
바크 슬리퍼는 지면에 닿는 면과 발등이 닿는 면, 발 앞·뒤꿈치 부분을 세밀하게 나눴다. 발을 감싸는 곳과 발바닥 부분은 경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힘을 가장 많이 받는 앞·뒤꿈치에는 완충력이 높은 오솔라이트 힐패드를 넣었다. 이를 통해 걸을 때 자연스럽게 아치 부분이 올라오면서 발 모양에 맞게 하중을 분산시켜 발 피로도와 통증을 줄일 수 있게 했다. 변 대표는 "대부분의 슬리퍼는 붕어빵 틀에 넣고 만드는 식이라 지면에 닿는 면과 발등이 닿는 면의 경도가 동일하게 제작돼 발 건강에 좋지 않다"며 "요리사, 미용사 등 오래 서서 일하는 이들이 바크를 신어보고는 발이 편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의료진들도 바크를 찾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업무협약(MOU)을 통해 바크 리커버리 슬리퍼를 사용한다. 변 대표는 "스타트업이 종합병원에서는 무언가를 판매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일부 종합병원은 먼저 연락을 줬고, 개인병원 중 소아과나 산부인과 등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며 "올해는 의원급에서 판매해보고 싶고, 2차 병원에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슬리퍼 앞쪽이 뚫려 있는 모델은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지난 13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선보였다. 다음 달에는 앞쪽이 막혀 있는 모델에 밴드를 추가한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변 대표는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아무래도 전공이 아니다 보니 디자인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 좋아지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깔창, 슬립온, 운동화 등 제품 라인업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깔창과 슬립온을 동시에 개발 중인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하나씩 출시할 생각이다.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바크를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 미국 아마존 입점을 기획하고 있다.
바크의 단기 목표는 매출 지표를 두 배씩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이다. 2022년부터 제품을 팔기 시작한 바크의 매출은 2022년 약 3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약 7억원으로 뛰었다. 변 대표는 "매년 두 배씩 성장하면 안정적으로 커나갈 수 있겠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100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