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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VESTORS]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이 회사 매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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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년간 VC업계에 몸담아 온 터줏대감
배달의민족, 토스 등 유니콘 발굴의 귀재
그가 말하는 30년 투자경험의 결론은

편집자주한국 자본시장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하다. 작전이나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외환위기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개척해 개인 투자자들의 모범으로 떠오른 투자가도 많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본시장의 전쟁 같은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 실패와 성공담으로 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글로벌 '큰손'으로 거듭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부터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리더,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 고수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40년 업력을 무바달라가 신뢰하더라."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캐피탈과 투자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투자정보가 모이는 중동 투자회사 무바달라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벤처파트너스도 발 빠른 투자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투자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던 무바달라 측이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신뢰하게 된 것은 오랜 투자 역사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무바달라 측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 보니 코드가 맞는 게 많았다. 이 사람들은 장기적인 히스토리를 가진 기관을 리스펙트한다. 우리 회사가 40년 됐다고 하니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 우리가 그간 엑시트(투자회수) 한 곳만 400개가 넘는다. 각 분야를 다 경험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임원들이 근속 연수가 다 길고 저는 이곳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30년간 한 회사서 벤처투자에 종사한 '뚝심의 사나이'

우리벤처파트너스의 뿌리는 1981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공기업 한국기술개발이다. 국내 최초의 밴처캐피털(VC)인 셈이다. 1992년에는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 재편됐고, 1999년 권성문 전 회장이 인수한 후 민영화돼 KTB네트워크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다올인베스트먼트로 다시 한번 간판을 바꾼 후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털 우리벤처파트너스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1994년 한국종합기술금융 시절에 입사해 30년간 VC업계에 몸담아 온 터줏대감이다. 그가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린 펀드의 운용자산(AUM) 규모만 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벤처파트너스 운용자산(1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제가 운이 좀 좋았다. 처음에 사수를 잘 만나서 좋은 프로젝트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저도 열심히 노력했고 배우면서 하다 보니 이렇게 30년을 달려왔다."

썝蹂몃낫湲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우리벤처파트너스]

IMF부터 코로나까지‥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쩜오'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부른다.


"제가 1세대는 아니고 1.5세대 정도 된다. 많은 일을 겪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통신사업 붐이 일어나고 코스닥이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보유했던 KT프리텔, 한솔엠닷컴 등의 기업들이 상장하면서 다시 일어났다.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또 힘들어지고. 기업구조조정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때다. 그 후로도 대주주는 계속 바뀌었지만, VC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유지해왔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벤처투자라는 개념도 희박했던 시절이었다. 직원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문화가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이끈 힘이다.


"처음엔 공기업으로서 기술있는 기업에 대출해주고 그런 업무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벤처금융에 대해서 우리끼리 모여서 공부를 많이 했다. 회사가 전체적으로 스터디하고 그런 분위기였다. 미국의 선진 금융 기법을 공부하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금융투자업 중에서도 VC 쪽은 굉장히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직관력도 필요하고, 미래를 보는 눈, 기술 트렌드 변화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VC 투자는 김 대표에게는 너무 재밌고 즐거운 일이었다. 벤처기업과 코스닥 시장이 생기면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봤다. 젊은이들이 상장해서 돈을 벌고 또 재투자하고 미국처럼 선순환 구조로 가기 시작했다. 산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VC들도 함께 성장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 바로 '돈 버는 기회'

그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다수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에 초기 투자해 주목받은 벤처캐피털리스트다. 특히 최근 IRR 29.2%로 청산한 KTBN 7호 벤처투자조합은 설립 이후 전설로 남을 만한 펀드다. 2014년 682억원 규모로 결성한 이후 약 10년 만에 약정 총액 대비 4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VC 업계에서 청산한 벤처펀드의 평균 IRR이 약 10~12%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성과다.


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은 배달의민족(배민), 토스, 휴젤, 칼스젠, 오리스헬스, 노브로커 등이 있다. 모두 우리벤처파트너스가 투자한 이후 유니콘이 된 기업이다. 이 중에서 오리스헬스(미국 수술용 로봇 기업), 칼스젠(중국 면역세포 치료제 기업), 노브로커(인도의 부동산 플랫폼) 등은 해외 유니콘이다.


"토스는 최초 투자 기준으로는 100배, 평균 매각 단가로 보면 40~50배 정도 이익을 거뒀다. 우리가 투자할 때가 브로드밴드에서 모바일 플랫폼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였다. 기술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세상이 바뀔 때 멀티플이 큰 것들이 나온다. 요즘엔 인공지능(AI)이다."


기술 변화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기업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사십 대 중후반에 소규모 기업설명회나 오픈 스피치 행사 등을 부지런하게 돌아다녀서 플랫폼을 딱 두 개를 했는데, 그게 배민이랑 토스였다. 다른 플랫폼은 투자를 안 했다."


될성부른 기업을 찾기 위해 창업자들과의 미팅도 많이 했다.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들이 보이는 특정한 행태가 있다. 기본적으로 리더십과 포용력이 있다. 시운이 잘 맞아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결단력도 중요하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티튜드 즉 태도다. 직원과 주주에 대한 애티튜드다. 술도 진탕 먹여보고, 가족들이랑 식사도 같이하고 다각도로 살핀다. 창업자는 정신적으로 건전해야 한다. 사생활이 좋지 않다든지, 투자를 받자마자 차를 바꿨다든지 이런 얘기가 들리면, 투자 검토하다가도 바로 멈춘다. 정신이 바르게 서지 않으면 잠깐 성공은 하는데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엄청나게 자기관리를 해 온 사람들이다."


"이 회사, 매일 볼 수 있을까"‥투자 판단의 기준

그는 플랫폼 기업을 발굴할 때 인간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와 회전율에 주목했다.


"플랫폼 기업을 볼 때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걸 매일 볼 수 있을까. 의식주(衣食住)를 회전율로 보면 식의주(食衣住) 순이다. 밥은 하루 세 번 먹어야 한다. 옷은 하루에 한 두 번, 밥보다는 회전율이 낮다. 그 다음이 집이다. 그래서 '배민'이 먼저 뜨고 '직방'이 나중에 온다. 회전과 거래량에 포인트를 좀 잡았다. 보통 하루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많이 볼 것 같지만 5개에서 많아야 10개다. 내가 보는 앱이 정해져 있다. 그런 것들이 유니콘이 되는 것이다."


매일 보는 앱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습관은 한 번 들면 잘 바뀌지 않는다.


"토스 같은 계좌기반 서비스는 습관을 바꾸는 게임이다. 그런 관점에서 계좌를 여기서 한 번 터버리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토스는 시대 운도 좀 맞았던 것이 핀테크(금융+기술)가 개화하던 시기였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막 제도가 바뀌는 틈에 이 회사가 딱 발맞춰서 갔다."


앞으로도 배민, 토스의 성과를 이어갈 투자회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기업은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다. 몰로코는 유튜브, 구글 출신의 한국인 안익진씨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13년 창업한 애드테크(광고기술) 스타트업이다. 머신러닝 기반 모바일 앱 특화 광고 플랫폼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아마존, 틱톡, 메타 등이 주요 고객사다. 몰로코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 달바(d'Alba)를 운영하는 비모뉴먼트의 투자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비모뉴먼트는 국민 미스트로 불리는 '화이트 트러플 미스트' 등 베스트셀러 제품을 필두로 매출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AI 분야에 전 세계 투자자금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역시 AI 산업 투자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잘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 AI 생태계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 태양광 투자라고 해보자. 밑에서부터 폴리실리콘으로 기판, 모듈을 만들고, 그다음에 태양광 발전 서비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상장, 투자회수는 거꾸로 된다. 서비스부터 상장하고 회수된다. 이처럼 AI도 서비스부터, 즉 매출이 나는 회사부터 먼저 상장이 될 것이다. 물론 AI 원천기술 쪽은 좋을 것이고, 외려 중간이 좀 애매하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천하통일을 할 것이다. AI 서비스도 안정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거래선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저희도 AI 투자는 재정비 중이다. AI 칩 설계부터 서비스 앱까지 두루 보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에 투자했고, 또 하나 검토 중이다. AI 기업의 진화 속도는 소프트웨어라서 빨리 이뤄질 것 같다."


썝蹂몃낫湲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우리벤처파트너스]

"투자는 인내다"‥30년 투자의 결론 '기본에 충실할 것'

VC 업에 들어와서 운 좋게 바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투자업체가 나오기까지는 인내해야 한다.


"말 그대로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한다. 10년 만에 하나 터지는 사람도 있고, 오자마자 사수 잘 만나서 금방 터지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한다. 제힘으로 안되는 것은 내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30년 투자를 하면서 마음에 남은 단 하나의 메시지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특성이 있다. 초기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상장 전 후기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전통은 좀 더 앞단에서 남들이 투자하기 전에 발굴하는 것이다. 마음가짐 자체가 우리는 자본시장에서 게임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기업의 초기 동반자로서 함께 밸류업해가는 그런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상장 후에도 바로 팔고 나가지 않는다."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에는 좀 더 멀리 볼 수 있게 됐다. 100년 역사의 VC를 꿈꾸고 있다. 최근 상장 이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클럽도 만들었다.


"우리가 투자해서 상장한 기업이 최근 3년간 스무개가 넘는다. 파트너스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갖고 신규사업이나 새로운 기술 투자를 할 때는 우리금융그룹과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지주·은행·증권 등과 시너지를 내고 좋은 과실이 나오면 주주들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잘 나눌 수 있는 그런 100년 VC가 됐으면 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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