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 곤충 사육 스마트팜 기술 개발
반달소프트 이봉학 대표 인터뷰
"미래 식량인 곤충을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한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봉학 대표는 반달소프트의 비즈니스를 간명하게 소개했다. '식용 곤충'은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귀뚜라미, 밀웜 등 식용 곤충은 국내에서도 판매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 식량난 해결 대안으로 꼽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육 과정의 탄소 배출량이 적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나오는 탄소는 소고기의 약 30분의 1에 불과하다. IT 기술을 접목해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일은 인류의 식량문제, 기후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2017년 반달소프트 창업 이후 낯설지만, 꼭 가야 할 이 길을 걸어왔다.
22일 이 대표는 "창업할 때 목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첫 번째가 식량 문제였다"며 "소프트웨어 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이 대표가 곤충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식용 곤충 사육 교육을 받는 아버지를 보며 온도, 습도에 따라 곤충이 쉽게 죽을 수 있고 사육에는 반복 작업이 많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IT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고, 자동으로 24시간 정밀하게 온도와 습도를 제어해 곤충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팜 장치를 만들었다. 크기나 종류에 따라 맞춤형으로 곤충들을 관리할 수 있는 설비도 개발했다.
곤충 스마트팜 기술은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 글로벌 회사에서도 개발했지만 고가의 하드웨어가 중심이다. 반달소프트는 국내 어느 농가에서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보급형 솔루션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국내 곤충 사육 농가의 절반 이상에서 반달소프트의 스마트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전국에 곤충 사육 농가는 2800여 곳, 현재 반달소프트의 스마트팜이 설치된 곳은 자체 운영하는 농장을 포함해 12곳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올해 1%에 해당하는 28곳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시장 확대와 정부 지원 등이 맞물리면 이후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반달소프트의 스마트팜은 기본적으로 환경 제어 기술이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는 곤충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의 경우 알에서 성체까지 키우는 데 60일 정도가 걸린다.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고 성장 상태에 따라 필요한 조명이 다르다. 반달소프트는 귀뚜라미, 쌍별귀뚜라미, 밀웜, 갈색거저리, 굼벵이, 동애등에 등을 키울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이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2020년부터 대전, 논산 등의 자체 농장에서 직접 생산도 하고 있다. 처음엔 시스템 에러, 해충 번식 등의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현재는 자체 생산 곤충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과수요 상태다. 이 대표는 "농장에서는 약 60평 면적에서 두 달마다 100만~150만 마리의 곤충이 나온다"며 "최근 사료용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료뿐만 아니라 비료, 약재로도 식용 곤충은 팔린다. 국내 식용 곤충 시장은 유럽 등과 비교해 초기 단계지만 식용이 아니어도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 기술을 버섯 재배 등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지만 당장은 사육할 수 있는 곤충 종류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굿네이버스와 합작으로 베트남에서 식용 곤충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호찌민시 인근에 120여평의 농장 세팅을 마치고 식품과 사료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라며 "베트남은 미국, 유럽 등으로 판매할 제품을 만드는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