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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해법, PE수혈]①'돈맥경화' PF 억지생존 막아라‥블라인드 펀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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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부동산 프로젝트 집중투자 방식, 리스크 관리 맹점
PEF 분산투자 방식 차용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 관리 필요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블라인드 방식을 차용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단일 부동산이나 특정 개발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줄이고 다양한 투자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사전에 정하지 않는 펀드)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일 사업장 프로젝트 '묻지마 연명투자' 지양…여러 사업장 분산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로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A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는 단일 프로젝트성이었고, PEF의 경우 블라인드펀드로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를 했다. 막상 위기 상황에 닥치고 보니 여기서 손이 갈렸다"고 언급했다.


A사 CEO는 "프로젝트로 출발하면 무조건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만 하고 사실 거름망이 없어 무리한 딜(Deal)을 하게 된다"며 "반대로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를 하면 일부 자산에 문제가 생겨도 캐피털콜(capital call·자금납입요청)로 픽스도 하고, 다양한 자산을 담다 보니 전체 펀드 수익률을 유지하고 다음 투자를 또 기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블라인드펀드 안에 A·B·C·D라는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있을 때 현재 A는 상황이 좋고, D는 나쁘다면 D를 당장 손해 보고 팔더라도 A를 통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프로젝트 투자는 딜 하나로만 평가를 받기 때문에 투자자와 운용책임자들이 수익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 해당 프로젝트를 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은 시장원리에 역행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돈의 흐름을 막는 주된 원인이 된다.


"가장 무서운 프로젝트 발(發) 병목현상"…시장에 돈이 돌아야 모두가 산다

경쟁사인 B 자산운용사 실무 임원 역시 이런 해법에 공감했다. B사 고위관계자는 "블라인드펀드에는 한 개 프로젝트가 아니라 4~5개의 사업이 담기니까 이 자체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있다"며 "일부는 손해가 나고 일부는 이익이 나면 펀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로 가게 되면 그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선 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블라인드는 약정액이 남아있으면 운영사의 판단으로 좀 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억지로 살리는 것 자체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돈의 흐름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돈이 한 프로젝트에 묶여 회수되지 않고, 만기 연장을 거듭하는 동안 시장에는 '병목현상'이 생기게 된다. 시장에서 계속 돈이 돌려면 수익성이 없는 사업장들에 대한 과감한 포기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체 부동산 사업 구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 "시장의 자구책 '긍정적' 평가…'돈맥경화'부터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시장의 이런 흐름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돈맥경화(자금경색)' 상태라 일단은 사업성이 있는 것들 중심으로라도 먼저 돈이 돌아야 한다"며 "이런 블라인드펀드들이 들어와서 그 역할을 해준다면 긍정적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전반적으로 금융당국의 입장은 일단은 옥석을 가려서 좋은 데는 지원을 하고 어려운 곳은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같은 맥락에서는 시장의 움직임이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시장 자율적으로 부동산 투자사들이 그렇게 스스로 자구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을 표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강제적인 행태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1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무너지면 연쇄 부도가 나면서 더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다"며 "정부의 억지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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