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 지원 프로그램, 베푸는 형식이어선 안 돼"
"여성 창업, 미지의 광산 채굴하겠다" 포부 밝혀
"여성 창업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스타트업의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 성장을 지원하는 머스트액셀러레이터의 이지선 대표는 여성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성 스타트업 지원이 베푸는 형식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창업허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유독 스타트업 분야에서만 그런 사례가 드물다"며 "여성 창업자가 투자받는 비율도 현저히 낮다"고 짚었다. 그는 "여성이니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매우 많은 숨은 보석, 실력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에 여성 창업자 비율이 낮고, 투자자도 남성이 많다. 최근 조사 결과를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스타트업레시피가 올해 1분기 벤처투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대표인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230억5000만원으로, 이 기간 전체 투자 유치액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수치로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여성 창업기업이라는 미지의 광산을 내가 채굴해야겠다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가 여성 창업자다. 1988년부터 전자신문, 한국일보 등에서 IT 전문기자를 하다가 1996년 PR 서비스 기업 '드림커뮤니케이션즈'를 창업했다. 2007년에는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기업 '미디어유'를 설립했고, 2015년에는 노량진수산시장 회 모바일 주문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미친물고기'를 창업했다.
2007년 설립된 머스트액셀러레이터를 통해서는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환경, 에너지, 해양, 기후테크 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술분야에 투자한다. 여성, 지역균형발전 등 다양성을 확대하는 사업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진행하는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을 운영 중이다. 2020년부터 송도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 인천'을 총괄하며 4년간 225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 중에서 후속 투자를 받은 곳은 144개사에 달한다. 총 투자유치 금액은 3093억원 규모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와 협업하는 '스타트업스쿨 부산'도 운영 중이다.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기술력·비즈니스모델·마케팅·투자유치 등을 진단해 당장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창업자 지원과 더불어 최근 K-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 인천에 있다 보니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많이 들어 오는데 K-바이오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업계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잠재력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주요 물질을 발굴하는 것인데, 원래는 생체에서 뽑아내서 배양했던 작업들이 요즘은 디지털로 찾아내고 실험도 한다"고 설명했다. K-바이오 스타트업 분야가 IT의 발전에 힘입어 폭발적인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도 과거 테크 쪽 투자를 하던 사람들이 바이오 분야 투자로 많이 넘어왔다"며 "테크놀로지와 바이오가 합쳐지는 분야에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머스트액셀러레이터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되거나 글로벌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부터 진행해 온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머스트커넥트'는 국내 19개 스타트업이 200여건의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하고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머스트커넥트를 거친 곳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JLABS'에 선정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거뒀다. 향후 머스트커넥트 진출 지역을 일본·미국 등 다양한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성장의 초석이 되는 일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준다"며 "뭐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면서 창업 강국으로 가는 길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