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8억원에 지분 29.6% 인수 추진
사모펀드 KCGI가 학교재단 한양학원의 한양증권 지분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양증권은 2일 공시에서 한양학원과 재단 산하 회사인 백남관광·에이치비디씨가 이들 소유의 자사 보통주 376만 6973주(지분율 29.6%)를 넘기는 안을 KCGI와 잠정 합의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매각액은 2448억 5324만5000원으로 주당 6만5000원이 적용됐다. 해당 주당 대금은 2일 한양증권 종가(1만5580원)의 약 4.2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번 매각 입찰에는 KCGI 외에 패션 기업 LF와 타 사모펀드 컨소시엄 등 5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LF는 차순위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LF는 자회사 코람코 자산신탁을 통해 이미 부동산 금융 사업을 하고 있으며, 금융 업종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다.
이로써 KCGI는 지난해 1월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공식 인수한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유리한 고지에서 한양증권 인수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KCGI는 이날 "한양증권의 안정성 및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KCGI, KCGI자산운용, KCGI대체투자운용과의 시너지(상호성장 효과)를 예상한다"며 "앞으로 자산들을 아우르면서 사모펀드(PEF)의 역량을 발전시켜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로서 발돋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후 지난 1년간 단 한 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한양증권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나,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때 이미 당국 승인을 받은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단 한양학원의 매각 입찰이 이례적으로 급하게 진행됐고, KCGI가 한양증권을 나중에 되파는 '파킹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등 의혹이 업계 일각에서 나와 인수에 난관이 될 공산이 존재한다.
KCGI는 유명 애널리스트인 강성부씨가 2018년 창업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사모펀드 업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중시 등을 기치로 공격적 투자를 해 인지도가 높다.
한양학원은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어 한양대·한양대병원 등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양증권 매각을 결정했다. 한양증권은 한양대 측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1956년 설립한 회사로, 60년 이상 대학 산하 증권사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28위의 중소 증권사로, 채권 발행과 부동산 금융 등 기업 대상의 업무를 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