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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좀비 ETF' 사라지지 않는 한…한국판 SPY·QQQ 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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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ETF 30% 차지
베끼기식 시장 재정비 필요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에 치중하느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5일)에서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비슷한 상품을 쏟아내고 수수료 인하 경쟁만을 벌여 단기 수익에만 치중한 운용업계 행태를 꾸짖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8일 자산운용업계 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ETF 시장의 과잉 경쟁을 경고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앞다퉈 운용 업계에 일침을 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시계를 더 돌려보자. "(우리는) 껌 팔듯 장사하지 않겠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ETF 신규 상장 종목 기자간담회(6월2일)에서 이같이 말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썝蹂몃낫湲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그동안 운용 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베끼듯 ETF를 출시해왔다. 그의 발언은 순자산 규모가 150조원을 돌파하면서 급성장중인 ETF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차별성 없는 ETF 상품을 무분별하게 출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반성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일침도 맥락이 같다.


국내 ETF 상품 개수만 무려 900여개에 달한다. 우후죽순 상장한 결과다. 테마에 따라 신상품이 쏟아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차전지가 잘 나갈 때는 이차전지 ETF가 범람했고, 반도체가 잘 나갈 때는 반도체 ETF가 쏟아졌다. 반복되는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ETF는 몇 개일까.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중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상품은(9월 첫 거래일 기준) 전체 881개 종목 중 62개(7.03%)다. 일일 거래량이 1000주 미만 ETF는 264개(29.96%)다. 자본시장법상 신탁원본액(자본금) 및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다음 반기 말에도 해당 사유가 계속되면 거래소는 해당 ETF를 상장폐지할 수 있다. 즉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 전체의 7%에 달하고, 하루 거래량이 1000주를 못 넘기는 이른바 '좀비 ETF'가 무려 30%를 차지한다.


시장 규모에 비해 ETF 상장 개수가 과도할 정도로 많고 이중 상당수가 순자산총액이 50억 미만으로 소규모인 데다, 좀비 ETF가 많다는 점은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린다. 전체 AUM(운용자산)이 약 1경20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미국과 비교해 시장 규모 대비로 ETF 개수가 20배 넘게 더 많으니 솔직히 말 다 한 게 아닌가. 국내 ETF 시장이 도약하기 위해선 미국의 'SPY'나 'QQQ'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ETF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규모 ETF, 좀비 ETF를 정리해 초대형 ETF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상품들이 쏟아지니, 유행이 지나면 관리가 소홀해지고 수익률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현재 우리 시장은 재정비가 필요하다.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금융당국이 정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업계도 이에 발맞춰 자진 상폐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 ETF를 상장폐지하고 나면 이후에는 운용 업계 스스로 체질을 강화하고 건전한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열 양상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베끼기식으로 찍어내듯 상장하면 '한국판 SPY'는 만날 수 없다.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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