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잡혔다 단정하기 어려워"
美 연착륙 가능성은 35~40% 전망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이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이먼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브루클린 기관투자가협의회 행사에 참석해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나는 이 가능성을 아직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비롯한 인프라 재정 지출을 지목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들 요인은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직 인플레이션 숲에서 벗어났다(out of the woods)고 단정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미국의 각종 물가 지표가 2%대로 지속 둔화하면서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나왔다. 다이먼 회장은 이전부터 미국 경제가 '석유파동'으로 대변되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하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국제원유 가격 폭등과 같은 부정적 공급충격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인터뷰에선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을 35∼40%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에선 미국의 각종 물가 지표 호조 덕분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목표치인 2%대 안착이 확인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내놓은 8월 소비자 기대조사(SCE) 결과에서도 1년 후와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각각 3%, 2.8%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급락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올해 11월 인도분 기준 전일 대비 2.65달러(3.69%) 하락한 배럴당 69.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70달러 밑으로 내려간 건 2021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내년 국제유가가 60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