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회계법인 단독으로 첫 매출 1조 돌파
'피크아웃' 우려에도 외형은 성장…수익성은 엇갈려
빅4 '체급' 좌우하는 컨설팅 성장세 뚜렷
6월 결산법인인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이 '2023 회계연도'를 공시하면서 빅4의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삼일은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올랐다. 업계 전반적으로 외형적 성장은 지속된 가운데 수익성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삼일과 한영이 각각 2023년 회계연도 실적(2023년 7월~2024년 6월)을 공시했다. 삼일은 매출 1조231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컨설팅을 제외한 회계법인 단독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252억원이었다. 한영은 매출 4804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냈다. 이로써 4월 결산법인 삼정회계법인(매출 8525억·당기순이익 77억)과 5월 결산법인 안진회계법인(매출 5150억·당기순이익 13억)까지 빅4의 올해 실적 공시가 마무리됐다.
매출 사상 최고치…안진·한영은 수익성 개선
빅4 실적을 보면 2018년 말 신외부감사법(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업계의 외형적 성장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삼일의 매출은 전년의 9722억원 대비 5.2% 성장했다. 삼정(8401억→8525억)과 안진(5046억→5150억)도 역시 매출이 성장했으며 한영만 빅4 중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5048억원에서 4804억원으로 4.83% 줄었다. 빅4 매출 합계 역시 사상 최대치인 2조8710억원이다.
매출 성장에 성공하면서 올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기미를 보인다는 것)' 우려는 조금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익 규모는 빅4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2 회계연도 당기순이익과 비교해 삼일이 6.66%, 삼정이 18.8% 감소한 반면 한영은 40% 증가했다. "외형 성장에 몰두해 실속이 없다"는 얘기를 듣던 한영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안진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빅4 중 매출 1,2위 법인은 '성장' 3,4위는 '실속'을 챙긴 것이 올해 회계법인 실적의 특징이다.
이제는 '무시못할 부업' 컨설팅
매출이 늘어난 만큼 직원 숫자도 증가했다. 빅4 중 직원이 가장 많은 삼정(4205→4319명)에 이어 삼일도 3979명에서 4100명으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4000명선을 넘겼다. 안진은 소폭 증가(2723→2751명), 한영은 감소(2500→2308명)했다. 회계사 숫자만 놓고 보면 삼일이 2742명으로 가장 많았다. 평균연봉은 삼일이 가장 높은 1억8192만원이었고, 삼정(1억3161만원)과 한영(1억2615만원), 안진(1억1472만원)이 뒤를 이었다. 빅4의 연봉은 202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모두 '억대'를 넘긴 이후 우상향 중이다.
한편 삼정을 제외한 삼일·한영·안진은 컨설팅 법인을 별도로 두고 있다.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실적도 따로 공시한다. 과거 '부업'으로 여겨졌던 컨설팅은 이제 빅4의 '체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게 성장한 것도 최근 업계의 특징 중 하나다. 특히 EY컨설팅은 매출 3024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올리며 회계법인 매출(4804억)의 60% 규모에 육박했다. 회계법인과 컨설팅을 합하면 7828억원으로 딜로이트안진을 앞지를 정도다. 안진은 회계법인 매출 5150억원, 컨설팅 1007억원으로 합계 6157억원이다. 컨설팅 업계 1위 삼일PwC는 매출 3900억원이었다. 회계법인에 컨설팅이 포함돼 있는 삼정까지 합하면 빅4의 컨설팅 매출 합계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