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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e커머스]⑥中알리바바 '긴급 수혈'…에이블리 발목잡는 '객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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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작한 패션플랫폼 후발주자
여성 패션→남성·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알리바바 1000억 투자…글로벌 확장 '승부수'
낮은 객단가, 치열한 경쟁 환경 '부담'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중국 최대 유통기업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대 투자금을 유치했다. 에이블리는 창립 이후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 긴급수혈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에이블리가 최근 수년간 새롭게 발굴한 먹거리로 매출을 키워왔지지만, 성장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경쟁사인 ‘패션 공룡 플랫폼’ 무신사가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패션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탓이다.


첫 흑자 맛본 에이블리…자본잠식 탈출할까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액은 2019년 120억원대에서 744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수익성을 강화 기조로 비용을 감축하면서 처음으로 이익을 본 것이다. 광고선전비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600억원을 기록, 전년(1785억원) 대비 46%나 성장했다. 에이블리의 매출은 상품매출액과 서비스매출액으로 구성되는데 상품매출은 통상적으로 패션 부분, 서비스매출은 비패션 매출로 구분할 수 있다. 뷰티, 디저트, 가구 등 카테고리 확대로 서비스매출액은 668억원에서 지난해 1332억원으로 곱절이나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올해도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블리는 상반기에 지난해 거래액(1조5000억원)의 70% 수준인 1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신규 투자라운드를 통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1000억원대의 투자 유치계약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그룹은 세 차례에 나눠 투자금을 납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에이블리의 글로벌 몰 등 신규 사업 투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리는 재무 건전성 개선에 대해 자신감도 확보한 모습이다. 에이블리 측은 "결손금은 자본잉여금과 향후 흑자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투자 자금 유치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에이블리의 결손금은 2042억원으로 자본총액은 -543억원이다. 에이블리는 외부감사를 받기 시작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기업이다. 결손금은 사업으로 까먹은 자본을 의미한다. 외부 차입이 필요한 상태로, 실제로 에이블리는 지난해 강석훈 대표의 개인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이자율 8%대로 300억원대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이자 비용은 3억원대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와 관련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대출을 받은 것으로 올해 3월 조기상환을 완료했다"며 "올해는 추가 대출 보다는 글로벌 투자 유치에 힘썼기 때문에 이자비용 부분이 많이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손금을 메울 수 있는 자본잉여금은 1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500억원은 당기순이익을 늘려 결손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고자산을 제외한 유동자산(미수수익, 매출채권, 현금성 자산 등)은 977억원이다. 그러나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320억원에 달한다. 에이블리가 공언한 만큼 충분한 자금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신사 잡겠다는 에이블리, 낮은 객단가는 ‘부담’

문제는 성장세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에이블리의 고유방문자수(MUV)는 53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441만5000명에서 90만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성 플랫폼인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428만7000명), 무신사의 29CM(284만명), 신세계의 더블유(W) 컨셉(134만9000명)의 MUV를 고려하면 에이블리 앱을 사용하는 여성 고객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블리는 여성 의류 쇼핑몰 ‘반할라’에서 2018년 사명을 변경해 뒤늦게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 발을 들였다. W컨셉이 200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29CM는 2011년, 지그재그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작이 상대적으로 늦다. 후발주자였지만 에이블리는 사업 초기 수수료 0원 정책으로 내세워 다양한 가격대의 의류를 판매하는 셀러들을 확보했다. 취향에 맞는 인공지능(AI)추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취향 소비를 하는 10대 소비자들을 불러들였다. 실제로 에이블리의 고객 분포도를 보면 29세 이하 여성 고객의 비중은 45.1%에 달한다. 경쟁 플랫폼들은 20대 후반에서 39세 고객이 더 많다. W컨셉은 30대 비중이 41.7%로 가장 높고, 29CM도 25~39세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여성 고객이 집중됐다.


10대 소비자 비중은 월등하게 높지만, 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 금액)는 다른 플랫폼보다 낮다. 객단가가 낮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매출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제 건수는 에이블리가 압도적으로 높아도 실제 결제 추정 금액은 에이블리가 더 적거나 비슷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에이블리의 평균 객단가는 3만원 후반에서 4만원대 초반 수준이다. 경쟁사인 지그재그는 4만원 후반에서 5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29CM와 W컨셉은 10만~10만원 후반대를 오가고 있다. 에이블리가 웹툰, 웹소설, 가구, 디저트 판매와 남성 패션 사업, 글로벌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도 거래 건수를 늘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성장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성장률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많은 플랫폼이 글로벌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에이블리의 강점인 ‘AI 기반 추천 서비스’도 경쟁 플랫폼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에이블리의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AI 개인화 서비스는 최근 주요 패션 플랫폼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무신사는 AI 기반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테크 전문인력 비중을 40%로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 요기요, 우버 등 빅테크 기업들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도 채용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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