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해외출자 4401억, 전년 대비 29.4% 증가
'기회의 땅' 미국, 모험자본 유입과 창업붐으로 활황
韓 시장은 침체…해외진출 당분간 계속 늘어날 듯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침체하면서 벤처캐피털(VC)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전히 업황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외국에서 찾고 있다.
27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1~3분기 기타·해외지역 신규 출자액 합계가 440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39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했다. 지난해 '혹한기'로 불릴 정도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돋보이는 성장률이다. 전체 출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1%로, 지난해(9.14%)보다 상승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국내 비중이 줄었다.
스타트업도, VC도 '기회의 땅' 미국으로 간다
DIVA 통계에서는 해외지역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법인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아주IB투자의 미국 법인 솔라스타벤처스는 아셀렉스 등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를 중심으로 41개 기업에 투자해 19개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상장된 기업의 주가도 오르면서 국내 포트폴리오가 부진했음에도 3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주IB투자는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도 스페이스X 투자에 참여한 VC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부각되면서 화제가 되는 기업이다.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장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아주IB투자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내 'K스타트업(대표가 한국 이름 또는 한인인 경우)'이 1000개가 넘을 정도로 많아진 것도 VC의 미국 진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몰로코와 센드버드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모두 CEO가 한국인이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다.
출자 규모로 보면 한국투자파트너스(621억)가 해외 신규 투자를 가장 많이 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445억원), 우리벤처파트너스(395억원), 인터베스트(324억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28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조 단위'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곳이다. 그다음으로 해시드벤처스가 256억원을 해외로 신규 출자했다. 가상자산 전문 VC인 해시드벤처스는 국내외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톱5'와 달리 해외투자 비중이 80%가 넘는다. 대표적인 투자처는 블록체인 게임사 미씨컬게임즈, 미국 최대 비상장 주식투자 플랫폼 리퍼블릭 등이다.
'모험 자본' 넘치는 美, 교두보 日, 지역거점 印·印尼
미국 투자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시장이 활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유니콘은 716개로 세계 1위이며 2위 중국(260개)을 압도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스타트업 창업이 4년 만에 약 40% 증가했다. 덕분에 갈수록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한국과 달리 자영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VC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인도, 인도네시아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통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지역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유니콘 출현이 사라지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는 등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VC의 해외 진출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영철 아주IB투자 경영본부장은 "미국 법인 솔라스타벤처스의 실리콘밸리 지점 법인화를 올해 안으로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지속해서 해외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동력을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