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과 에이블리, 유니콘 등극
두 곳 모두 투자한 SV인베·신한벤처투자, 대박 예상
향후 회수 기대감 증가…멀티플 10배도 가능할 듯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커머스 스타트업 에이블리가 잇따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하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약 1년 만에 한국에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이다. 향후 기업공개(IPO)가 된다면 초기 투자자의 경우 원금 대비 10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VC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는 리벨리온과 에이블리 두 기업 모두 투자했다. 여러 VC가 투자에 참여했지만 두기업 모두 투자한 곳은 두 곳뿐이다. 리벨리온은 최근 사피온과의 합병으로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다. 에이블리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1000억 투자를 통해 3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알리바바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리벨리온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처음으로 유치한 곳이다. 해외도 눈독들인 '될성 부른 떡잎'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일찍 알아보고 투자한 셈이다.
피투자기업 '쌍유니콘'…'원칙투자'의 결과물
SV인베는 리벨리온과 에이블리에 각각200억씩원씩 투자했다. SV인베는 '조단위'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VC다. 큰 규모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하우스가 단일 스타트업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장필식 SV인베스트먼트 경영본부장은 "탑다운 투자 원칙을 지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에이블리의 경우 자금난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투자자들이 주저하기도 했지만, 과거 하이브 투자의 성공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갖고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탑다운 투자란 거시 경제적 요소와 산업 동향을 먼저 고려하는 접근법이다. 가장 넓은 영역부터 투자 대상을 정한 뒤 차차 좁혀나간다. SV인베는 반도체 산업을 유망하게 평가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리벨리온 투자를 진행했다. 반도체 디자인 플랫폼 회사 '세미파이브', 싱가포르의 반도체 칩렛 패키징 전문기업 '실리콘박스' 등 다른 반도체 스타트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SV인베가 에이블리 투자를 진행한 배경은 '젊은 세대'와 '디지털 전환(DX)'이었다. 업종은 다르지만 타깃(2030세대)과 지향점(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같다는 점에서 하이브와 비슷한 맥락이다. 하이브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SV인베는 약 40억원을 투자해 1080억원을 회수한 경험이 있다.
신한벤처투자, 양적 성장→질적 성장
두 유니콘에 함께 투자한 또 다른 VC인 신한벤처투자는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하우스다. 주인이 바뀐 이후 10위권 VC로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2000년 네오플럭스라는 이름으로 VC업계에 뛰어들었으며 2020년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된 곳이다. 상반기 VC 투자에서 금액 기준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동현 대표 주도로 네오플럭스 시절 없었던 글로벌투자본부와 시너지투자본부를 구축했으며 운용 인력도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에 유니콘으로 떠오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도 신한금융그룹 인수 이후의 일이다. 에이블리에 2020년 일찌감치 투자했으며 리벨리온은 사실상 '투자 막차'였던 2023년 12월에 투자자로 합류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리벨리온이나 에이블리 중 한 곳에 투자한 VC도 향후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리벨리온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에이블리의 주요 VC 투자자로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올해 주요 기관투자자(LP)의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이다. 실적 기반으로 자금모집(펀드레이징)→적재적소에 투자→투자금 회수(엑시트)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