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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고려아연, 손실최소화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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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고위 기술직들은 나가서 컨설팅회사 차리면 지금보다 더 잘 법니다."

최근 고려아연 직원들의 동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회사 관계자가 전하는 말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과연 가려질 수 있을까. 지난해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로 본격화한 경영권 분쟁은 해를 넘기면서 상호 간의 소송전과 비방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현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로 현실화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이 단행했던 유상증자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사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피할 수 없었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의 분쟁으로 보인다. 3세대에 걸친 아름다운 공동경영이란 사실 환상에 가깝다. 시장 전체적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총수의 제왕적 권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해 온 한국 산업·경영계와 주주 및 이해관계자 중심 자본주의로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한국 자본시장의 과도기적 충돌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그간 총수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해 종업원과 이사회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소수주주권 역시 약했던 한국의 대다수의 상장사가 가진 문제점을 고려아연도 안고 있었다. 3세대 경영인 최윤범 회장의 대규모 투자의사 결정과 관련된 의혹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졌고, 경영권 수성을 위해 내린 결단들도 당국에서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는 상황이다. 각종 의혹의 진위는 당국과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이는 고려아연의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이나 인력관리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


현재 경영권 분쟁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지분경쟁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우위를 차지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MBK·영풍 측 지분율은 46.69%다. 최씨 일가 측 지분율은 19.97%다. 시장에서 우호 주주로 거론하는 현대차·한화 등의 주식까지 합쳐도 39.17%로 MBK·영풍에 밀린다. 다가오는 주총에선 이사 선임이 관건인데 현 지분구조에서 일반투표제로 진행되면 MBK·영풍 측 이사 14명이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씨 일가가 추천한 이사와 MBK·영풍 측 이사가 추천한 이사가 비슷한 숫자로 유지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쟁 장기화는 당사자뿐 아니라 종업원과 소수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안길 수 있다. 현재로서는 최 회장 측과 MBK·영풍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으로, '끝까지 간다'는 기조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던 양측이 유념해야 할 것은 고려아연이라는 기업, 우리 경제의 큰 재산인 이 회사의 유·무형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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