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열어
빅4, 기업 감사위원회 역할 등 강조
"회계기본법·지방자치법 통과 노력할 것"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1일 회계업계 감사보수 덤핑 현상과 관련해 "회계 개혁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금융감독원 특별감리 도입, 기업 감사위원회 역할 확대 등의 해법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정 감사에서 자유수임 감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회계법인들이 받는 감사보수가 떨어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영 효율화를 통해 감사보수를 인하한 것이라면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의 자유수임 감사보수가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업계 전반에 저가 수주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 따른 지적이다.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경우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감사보수가 지나치게 낮아진 회계법인에 대해 특별감리를 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빅4 등 회계법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자체 기준을 마련하거나 외부 재무 전문가로 이뤄진 기업 감사위원회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 규모는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올해 빅4 수습 회계사 채용 규모가 700여명으로 추정되고 로컬, 공공기관 등 나머지를 합해도 800~900명에 그친다. 올해 회계사시험 최소 선발 예정 인원(1200명)을 감안하면 300여명이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신규 선발인원을 정할 때 참고하도록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올해 하반기 중점 과제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꼽았다. 지난 3월 서울시의회의 조례개정안 통과로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에 대한 감시 방식이 '회계감사'로 복구됐지만, 여전히 전국 광역시도에서는 회계감사를 '검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상위법을 고쳐 이로 인한 문제들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세무대리 업무를 하는 세무사에게 회계감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다. 수의사에게 사람을 치료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 발의가 돼 있는 만큼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1년 이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임기 내 '회계기본법 제정'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공공기관, 공익법인, 사립학교 등 기관별로 근거 법령이 달라 일관되고 체계적인 감사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다양한 조직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회계기본법 제정이 이번 민주당 대선 공약에도 포함됐던 만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정법이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2~3년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회계법인에 대한 예측 가능한 금융감독원 감리, 회계사 개업 지원 확대, 정치 아카데미 신설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