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다음달 매각 본입찰
기업가치 8000억 두고 이견 커
기존 운용사 대비 이익 안정성 낮아
SI vs. FI 시각차…가격 줄다리기 전망
국내 1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기업가치(EV)를 둘러싼 시장 내 이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펀드 운용사의 경우 자산가치 변동 폭이 크고, 실적 대부분이 성과보수에 좌우되기 때문에 기존 운용사들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다음 달 11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관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이지만 원매자들은 고심에 빠졌다. 이 정도 규모의 독립계 부동산 전문운용사가 등장한 것도, 경영권 매각도 처음이다 보니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방법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 12.4%)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 약 70%다. 지난 8월 예비입찰 이후 한화생명·흥국생명 등 국내 금융사와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前 힐하우스캐피탈·해외 사모펀드), 캐피탈랜드(싱가포르 부동산 전문 운용사) 등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MBK파트너스도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산정 부정확 지적…"실적 변동성 지나쳐"
주관사가 제시한 8000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 이지스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90억원의 9배 수준을 적용한 결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EV/EBITDA 배수로는 부동산 운용사의 본질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기존 자산운용사와 달리 운용사와 부동산 개발회사가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운용자산 대부분이 부동산펀드라 시장 흐름과 거래, 개발 주기에 실적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요동친다.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리·운용보수 중심으로 실적을 쌓는 전통 운용사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실제 실적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영업이익은 ▲2020년 393억원 ▲2021년 1144억원 ▲2022년 1757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23년엔 72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수익 4183억원 중 수수료 수익이 64%(2375억원)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 매입·매각·성과보수 등 거래 연동 일회성 보수가 1085억원으로 절반에 달한다.
나머지 운용보수(1290억원) 역시 일반적인 '안정적 관리보수'와는 차이가 있다. 그중 약 300억원이 개발사업 관련 보수로, 사업 지연이나 경기 침체 시 쉽게 줄어들 수 있는 성격이다. 이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보수만으로는 이지스의 총급여(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 등) 990억원을 간신히 충당할 수준이 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순자산가치(NAV)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며 "성과보수 비중도 커서 지속적인 영업이익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인수 후 리스크…"인력 이탈 시 프리미엄 무의미"
인수 이후 조직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지스의 변동성 높은 실적은 사실상 핵심 인력들의 네트워크와 딜 소싱 역량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인수 주체가 기존의 기업문화나 투자철학을 크게 바꿀 경우,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이 경우 회사가 '빈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간에도 가격을 둘러싼 시각차가 있는 만큼, 각 인수 후보와 매도자 측에서 가격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 기반인 FRE(Fee-Relating Earnings) 방식으로 제시된 EV 8000억원을 나누면 멀티플이 18~25배 수준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라며 "이지스처럼 성장 과정에서 창업주 역할이 지대했던 독립계 운용사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