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중심으로 배임죄 폐지 논의 확산
"민간역할 확대 등 대응방안 함께 추진돼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배임죄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대안 마련 없이 성급히 폐지할 경우 경영자들의 사익 추구 행위를 조장하고 주주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 파인홀에서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민사로 돌리기엔 입증 한계…"사익 유용 18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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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변호사),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패널토론에서 배임죄 폐지 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대현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인사말을 통해 회장은 "최근 여당이 배임죄 폐지 방침을 밝히고, 정부도 지난달 말 상법상 특별배임죄뿐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도 없애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며 "상법 개정을 통해 투자자 보호의 첫 단추를 끼운 상황에서, 대체 입법 없이 배임죄를 급작스럽게 폐지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현재 논의되는 대체 법안들은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 구성요건의 세분화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어떤 행위가 임무 위배에 해당하며, 어떤 경우에 재산상 손해로 인정되는지가 근본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문이 아무리 세밀하게 작성된다고 해도 실제 적용되는 순간엔 여전히 구체적인 행위의 맥락과 직무 범위, 경제적 귀속에 대한 규범적인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소송 제도 개선, 대만 SFIPC 참고" 등 방안 제시
두 번째 발표에서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가 5년여간 1800건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재계 요구에 따라 배임 행위를 형사 책임이 아닌 민사 책임으로 묻겠다는 것인데, 현재 한국 민사 체계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배임죄 폐지에 걸맞은 권리를 민간에 줘야 한다. 소송 제기 요건을 완화해 대표소송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증권선물 투자자 보호센터(SFIPC) 사례도 소개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불법적인 증권거래로 피해를 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영리 기관"이라며 "각종 소송비를 부담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SFIPC는 가처분·가압류 비용을 면제해준다.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그 재원 역시 공적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에서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한국 재계를 중심으로 발생한 각종 배임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여러 배임 사례들도 처벌과 입증이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선의 강력한 장치를 없애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의 대상이 확대됐다고 해도, 어떠한 법적 공백도 없이 배임죄 폐지에 대한 대체 법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해석적인 영역이 중요하다.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선은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라고 본다. 여당 야당 모두 관련 발의안이 있고, 논의가 상당히 이뤄진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