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유출, 사업화 기회 침해 등 우려"
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가 국가 연구개발(R&D) 연구데이터의 등록 및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연구데이터법 제정안 관련해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 연구개발과제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술 유출, 사업화 기회 축소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현재 국회 과방위에서 논의 중인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연구데이터 공개를 규정하는 3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과방위 소위에서는 3개 발의안을 통합한 제정안이 논의됐다.
해당 제정안에는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 중 정부 지원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연구데이터를 통합플랫폼에 등록·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서 연구데이터란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연구 수행 과정의 실험, 관찰, 조사, 분석 등 중간결과물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경제계는 건의서에서 "국가연구데이터 통합 관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정안 취지에 공감하고, 기초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기업이 수행하는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과 사업 기회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기업들의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건수는 검찰 송치 건수 기준으로 2021년 9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해마다 증가한 것은 물론 유출의 방법도 고도화되는 상황이다.
경제계는 "현재 연구데이터의 공개 예외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신기술, 신소재나 미세한 공정 개선 등을 시험하고 개발하는 R&D 특성상 예외 범위를 사전에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연구 결과 중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범위만을 명확히 분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소통 플랫폼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 경험이 있는 29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과제에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 경영전략 등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를 묻는 말에 응답 기업의 79.6%가 "유출시 피해가 우려되는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응답했다. 16.7%의 기업은 "공개 가능한 정보들 위주로 포함됐다"고 답했고, "중요 정보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3.7%였다.
연구데이터 등록 및 공개 의무화는 향후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데이터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향후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참여 의향을 물어보니, 응답 기업의 65.7%는 "참여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데이터 공개로 가장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기업들은 '기술정보 및 영업비밀 노출'(57.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계는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기업이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과제의 연구데이터는 등록과 공개 의무 적용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할 것을 건의했다. 일괄 제외가 어려울 경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데이터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 축적 및 활용은 중요한 의제지만 기업 R&D 데이터의 경쟁 자산적 성격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국가 연구개발과제 참여를 통한 기술혁신과 국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 목표가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 R&D로 생산된 연구데이터 수집 및 공개 의무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