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직격탄을 맞으며 치솟았던 국고채 금리가 10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선 데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여파다. 3.42%선을 돌파했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28%대까지 내려갔다.
3년물 연 3.283%…2년물 제외하고 하락세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3.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283%를 기록했다. 전날 3.42%까지 뛰며 2024년6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서 상당 부분 상승폭을 되돌린 것이다.
같은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bp 떨어진 3.629%에 마감했다. 2년물 금리(+1.3bp)가 소폭 올랐으나, 나머지 1년물, 5년물, 20년물, 30년물 등 장단기 금리는 모두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외국인은 3년 국채 선물을 1만464계약, 10년 국채 선물을 6918계약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2.5%)와 3년물 금리 간 스프레드 역시 78bp까지 축소됐다. 레고사태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던 전날 대비 축소됐으나,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높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2월 말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대비 국고채 3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을 당시 언급한 수치가 '60bp'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개장 전부터 채권시장이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전날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치솟자, 한은은 3조원 규모의 단순매입을 이날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입종목은 모든 지표물과 선물 바스켓물로 구성돼 시장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 결정"이라며 "1회차 기준 최대 단순매입 규모(역대 최고 3조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단기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의 단순매입은 현재와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고려할 때 국고 금리 수준은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한은 개입뿐 아니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국고채 잔액 대비 한은 보유 비중은 2.0%로 파악된다. 안 연구원은 "급격한 긴축도, 완화도 없는 환경이라면 한은의 단순매입으로 인한 잔고는 국고채 잔액 대비 2.5~2.6%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면서 "7조원가량 매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3조원 외에 추가적으로 약 4조원 매입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주요국의 공조 움직임 속에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7달러선까지 떨어진 것 역시 이날 국고채 금리 하방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94달러선으로 상승폭을 축소한 데 이어, 하락세로 돌하선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BS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완료됐다"고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에너지 변수…"채권시장 단기 변동성 불가피"
향후 채권시장의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다. 한국은 원유 도입 물량의 6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 발생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높이는 요소로 손꼽힌다.
안 연구원은 "향후 (채권시장) 흐름은 여전히 국제유가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 또한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잦아들 때까지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WTI가 100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3~12월 평균 1.33%포인트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부가 최대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93%포인트로 축소되지만, 여전히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임 연구원은 이번 국제유가 상승을 일시적 요인으로 보면서도 "올해 하반기 기저효과로 한국 물가가 반등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경우 한은은 스왑시장에 반영된 것과 같이 연내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수준이 배럴당 90달러에서 고착화되는 경로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때 인플레도 3%대로 급등하며 2%를 크게 상회하게 된다. 재차 3%대로 반등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채권시장의 금리 인상 경계심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