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적용 피하려는 정관 개정에 개탄"
"미국, 일본처럼 상장사 이사 임기 1년" 주장
"심지어 삼성전자까지, 임기를 조정해서 집중투표제 적용을 피하고 시차 임기제를 시도하려는 정관 개정안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장사 이사 임기를 1년으로 하고 미국, 일본 등처럼 매년 이사 전원을 재신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13일 논평을 통해 "적어도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처럼 매년 이사 전원을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가자. 매년 재신임받으면 독립이사의 임기 6년 제한도 불필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포럼은 "이번 정기주총에는 최근 개정된 상법 조항에 따른 정관 개정안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의 수와 임기를 조정하려는 안건"이라며 "심지어 최근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긴 삼성전자까지도 3년이던 임기를 '3년을 초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정관 변경안(제1-3호 의안)을 올렸다. 이 안건에 대한 설명은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한 줄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안건이 '시차 임기제'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로 해석된다면서 "임기가 같으면 여러 명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돼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하니, 임기 2년짜리, 3년짜리 등 이사를 섞어서 한 번에 여러 명의 이사가 동시에 임기 만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권을 강화한 개정상법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어, 소액주주의 이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는 장치로 꼽힌다.
포럼은 "이사의 임기같이 중요한 정관 조항을 변경하려고 하면서도 주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서 시장이 알아서 그 의도를 해석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며 "가장 앞에 있는 삼성전자가 이럴 진데, 다른 회사들이라고 다를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회사 중 HD한국조선해양, 삼성SDS, 한화솔루션, 오뚜기 등 15개사가 삼성전자와 같이 임기 3년을 '3년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바꾸자는 정관 개정안을 올렸다"며 "분명 상법 개정의 취지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알린 전문가를 가장한 '법기술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포럼은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이사 임기를 1년으로 삼고, 매년 재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미국은 대부분의 회사가 이사 임기를 1년으로 한다. 전체 이사를 매년 재신임하고 다만 보통 연임 제한은 없다"면서 "자칫 단기 이익에 치중할 것이 우려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대부분의 주주가 그러한 이사를 재신임하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회사법상 기본은 2년이지만 소니, 도요타, 히타치 등 대기업과 상장사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위원회 설치형 회사의 이사 임기는 1년이다.
포럼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이러한데,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대표 회사들은 시차 임기제로 어떻게든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아 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정관 개정안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개탄을 금치 못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이후에도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을 절감한다"며 "적어도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이사의 임기를 기본적으로 1년으로 하여 매년 주주들로부터 재신임받도록 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의 취지도 정확히 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포럼은 "상법 개정도 필요 없고,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 없는 일이다. 거래소가 표준정관으로 정할 수도 있다"면서 "매년 잘하는 이사로 재신임받는다면 임기 제한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독립이사도 굳이 임기 6년 제한을 둘 필요 없다"고 부연했다.
이번 정기주총에 주주들의 역할도 주문했다. 포럼은 "시차 임기제 실시와 집중투표제 회피를 위해 악용될 수 있는 이사 수 또는 임기 축소에 관한 정관 개정안에 대해서, 기관 투자자들을 포함한 주주들이 회사에 철저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을 경우 적극 반대해 의안을 부결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