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미쿨라-라이트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 CEO
"스코프3 '3년 유예' 우려돼...글로벌 평가서 불리"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 등 생태계 기반 접근 필요"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 배출량) 공시 유예가 가장 큰 우려사항이다. 3년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레베카 미쿨라-라이트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 마련을 환영하면서도 핵심 쟁점인 스코프3 공시를 유예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한 스코프3 공시는 기업부담을 고려해 3년간 유예해 2031년부터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미쿨라-라이트 CEO는 "한국의 ESG 공시 로드맵이 확정된 것은 늦었지만 긍정적인 진전"이라면서도 "초기 공시대상이 (자산) 30조원 이상으로 제한된 만큼, 스코프3 유예기간은 더 짧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은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며 "스코프3 공시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2026 회계연도부터 주요 프라임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에 나섰다. 홍콩 역시 지난해부터 모든 상장사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반 기후 공시를 요구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대기업에 스코프3 공시를 의무화한 상태다.
미쿨라-라이트 CEO는 "스코프3 산정 비용 등 중견기업들의 공시 부담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충분히 대응 가능하며 오히려 투명성 강화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이 데이터 공유, 표준화 등 협력사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생태계 기반 접근을 통해 성공적인 도입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미쿨라-라이트 CEO는 "고품질 공시는 신뢰가능한 기반을 제공한다"며 "투명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할 수 있고, 이 기반이 마련되면 금융 메커니즘과 투자 흐름이 활성화된다. 이 기반 없이는 지속가능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늦어질 경우 투자자 신뢰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K-GX 전략과 전환금융 준비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이어 "ESG 공시는 단순한 정보공개가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저탄소 글로벌 경제에서 다음 성장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ESG 공시 로드맵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기후·ESG 싱크탱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로드맵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초 공시대상 확장 ▲스코프 3 유예기간 단축 ▲법정공시 체제 조기 확립 등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제조기업의 66.7%가 스코프3 공시를 2033년 이후로 더 늦춰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최근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