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 전이 차단하는 구조적 안전망
유동성 혁신으로 기업의 '체력' 강화
증권업계 최초 참여, 시장 경쟁력 제고
고금리·고환율·고물가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기업 간 거래의 안정성은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B증권이 도입한 상생결제는 금융이 실물경제를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결제 시스템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구조를 개선하는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KB증권에 따르면 상생결제의 본질은 '구조'에 있다. 구매기업이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기반으로 1차 협력사가 하위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기존 거래 관행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에는 1차 협력사의 자금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 영향이 2차, 3차 협력사로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문제가 빈번했다. 하지만 상생결제에서는 결제의 신용 기반이 최상위 구매기업에 있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부실이 전체 공급망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 다른 핵심은 '현금 흐름의 최적화'다. 협력사들은 대금 지급일 이전이라도 우량한 구매기업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금융비용은 중소기업이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현저히 낮아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 특히 KB증권은 이용 기업에 은행권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CMA 2.1% 수준)를 제공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상생결제는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의 공급망 전반으로 흐르게 하는 대표적 모델이다. 특정 공정의 자금난이 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병목현상'을 방지함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중소기업의 안정적 유동성 공급이 기업 성장과 고용 유지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는 '생산적 금융'의 전형이다.
그동안 상생결제는 특정 은행권 중심으로 운영되어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참여 기업들이 모두 동일 은행 계좌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제도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KB증권의 증권업계 최초 참여는 이러한 제한적 운영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전환점이 됐다. 이는 건전한 시장 경쟁을 촉진해 협력사들에게 더 유리한 금융 조건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주재로 열린 업무협약(MOU)은 상생결제가 공적 정책과 시장의 동력이 결합된 핵심 수단임을 확인시켜 줬다. 정부는 상생결제를 단순 대금 지급 수단을 넘어 공급망 안정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육성할 계획이며, KB증권은 이에 발맞춰 비대면 온보딩 시스템 구축, 전사적자원관리(ERP) 연동 고도화 등 디지털 기반의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상생결제는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생결제 담보대출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추가 신용공여 범위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함에 따라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실적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KB증권은 상생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퇴직연금 등 기업의 성장 주기별 맞춤형 IB 서비스를 연계해 통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상생결제 도입 과정은 여러 제약과 전산 개발의 난관을 극복하며 이뤄낸 결실이고, 여기에는 금융이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산업의 성장이 다시 금융의 토대가 된다는 생산적 금융의 철학이 담겨 있다"며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기업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