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리 ICGN 글로벌정책위원회 위원 인터뷰
지배구조 개혁·자본배분 개선·소수주주 보호 등
일관되게 이어져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도 분명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지배구조 개혁과 자본배분 개선, 소수주주 보호라는 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이어져 실제 기업 차원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나 리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글로벌 정책위원회 위원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국내 자본시장을 이같이 진단했다. ICGN은 기업 지배구조와 투자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의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로, 40개국 300여개 자산운용사와 자문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리 위원은 홍콩 임팩스자산운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속 가능성 및 스튜어드십을 총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이기도 하다.
리 위원은 지난 몇 년간 한국 자본시장이 분명히 개선됐음을 체감했다. 규제당국이 지배구조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기업들의 가치평가 격차 문제를 전면에 올려놓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적 동력에 힘입어 투자자와 기업 간의 소통 역시 한층 활발해졌다고 봤다. 리 위원은 "10여년 전 기관투자가로서 한국 초대형 기업의 본사까지 찾아갔음에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문전박대당했는데, 이제는 그 회사에 지속 가능성 관련 부서가 생기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설치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며 "아직 변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분명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 시장을 아직 '전환기'에 있는 시장으로 규정했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고, 해결되지 않은 지배구조 문제도 적지 않아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리 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지배구조 개혁을 꼽았다. 그는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나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공시 데이터의 일관성과 실제 개선의 내용"이라며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한 축에 속하고, 그것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간한 저서 '아시아의 지속가능성을 읽는 법'에서도 그는 지배구조 개선이 한국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라고 짚은 바 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예시로 든 것은 일본 자본시장이었다. 일본은 2014년 아시아 최초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공적연금(GPIF)을 통해 변화를 견인하는 강한 전략 아래 10년 넘게 개혁을 실천했다. 리 위원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행동이 바뀌고, 그 변화가 실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여러 개혁 정책이 형식적 준수에 그치고 기업들이 규정 준수용 피상적 답변만 내놓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관투자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국민연금(NPS)이 여러 활동에 관여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관은 수동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의 진단은 분명했다. 한국 자본시장은 분명 개선되고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제도 변화가 실제 기업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리 위원은 "지배구조 개혁, 자본배분 개선, 소수 주주 보호, 그리고 규제의 일관된 집행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