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관계 악화로 기업가치 하락 우려
내부 분위기 어수선한 상황에 구원투수 등판
개인 존재감 확인…매각 상황에서 향후 협상력↑
이지스자산운용의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이 5년 만에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주요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외국계 투자회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로의 매각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조 전 단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1년이다. 통상 대표이사 임기가 2~3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조직 안정화 역할을 맡기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LP 신뢰 회복·내부 정비 '구원투수' 등판
조 전 단장은 이지스 창립 초기인 2011년 합류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회사를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로 키우는 과정에서 창업주와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지스 지분을 약 12% 확보한 핵심 주주이기도 하다.
조 전 단장의 전격 복귀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지스는 지난해 말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 등을 진행했지만 아직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LP)와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이견이 커졌고, 중국계 자본 인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외부 잡음도 이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연금과의 불협화음은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센터필드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를 재개발한 오피스로 자산가치 2조~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지스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센터필드 매각을 추진했지만, 주요 출자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수익자 협의 없는 매각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매각은 중단됐고, 운용사 교체라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단순히 개별 자산 운용권 상실을 넘어, 국민연금 출자를 중요 기반으로 삼아온 이지스의 기업가치가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LP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지스의 성장 과정을 이끈 조 전 단장은 직접 전면에 나서 흔들린 LP 관계를 수습하고, 매각 장기화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이 역할을 맡겠다고 자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 전 단장이 평생 일군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고 각종 잡음에 휘말리는 상황을 상당히 안타깝게 여긴 것으로 안다"며 "사익추구 의혹 등 개인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도 상당 부분 정리되는 분위기여서 부담이 줄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갑주 개인 영향력 확대…"잃을 것 없어"
조 전 단장에게도 이번 복귀는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과거 이지스 창업주 유가족인 대주주 손화자 씨 등의 지분을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가격과 자금 조달 구조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내부 승계 성격의 지분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유가족 측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외부 매수자를 찾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힐하우스와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고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유가족 측은 매각가 방어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조 전 단장의 손을 빌리는 형국이 됐다.
힐하우스 입장에서도 애매한 신호다. 핵심 주주이자 과거 잠재 인수자로 거론됐던 인물이 대표로 복귀한 만큼, 인수 이후에도 조 전 단장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지스와 같은 운용사는 LP 네트워크와 핵심 인력의 결속력이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힐하우스가 거래를 완주하더라도 조 전 단장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힐하우스가 끝내 이지스를 인수하더라도 조 전 단장은 LP 신뢰 회복과 내부 정비에 필요한 인물로서 협상력을 갖게 된다"며 "반대로 매각이 무산될 경우 조 전 단장이 중심이 된 새로운 지배구조 재편 논의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매각 불발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힐하우스는 최근까지 SPA 초안 작성을 위해 이지스 측에 여러 질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 측도 매각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매각은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주주 측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힐하우스 간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세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매각 주관사를 통해 최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