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불완전판매' 후 시장 침체
올해 4월까지 7조 발행…작년대비 1조↑
최대 인수주체 은행에서 증권으로
기초자산 '코스피·삼전·하닉' 대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1년가량 주춤했던 ELS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판매 경로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기초자산은 미국 증시에서 국내 증시로 중심을 이동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4월 ELS 발행금액은 7조4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4월 발행금액인 6조3435억원보다 1조1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달 발행규모는 2조3965억원으로, 2025년12월(2조3143억원), 올해 1월(2조1255억원)과 함께 2023년 수준을 회복했다.
ELS는 파생결합증권의 한 종류로,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등 기초자산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최대 3개의 기초자산에 투자한다.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까지 일정 수준, 즉 '낙인(Knock-in)' 구간 위를 유지하면 원금에 수익까지 얻는다. 다만 기초자산이 낙인 밑으로 떨어질 경우 최대 10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는 ETF와 다르게 청약 기간이 정해져 있고, 중도 상환 시 수수료가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서 2024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관련 ELS에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뒤 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이후 창구를 통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은행에서 대부분 ELS 판매를 중단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졌다. ELS 잔액은 2023년 35조7000억원 수준에서 2023년 9조9000억원까지 급감한 바 있다.
이런 탓에 최근 ELS 판매 주도권은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의 ELS 인수 규모는 전체 ELS 총액의 41.9%로 은행(30.2%)을 앞질렀다. 2023년만 해도 은행의 ELS 인수 비중이 63.8%에 달했다. 당시 증권(17.6%)의 3.6배 수준이다.
증권사의 ELS 판매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져 창구·대면 판매 중심의 은행과 달리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이 실시한 홍콩H지수 ELS 관련 조사에서도 2023년 12월말 판매잔액 기준 은행은 ELS의 90.6%를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했고, 증권사는 87.3%를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근혁·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채널에서는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판매 절차가 진행되므로 위법 사항이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그러나 대면 채널에서는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거나 설명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유례 없는 활황으로 ELS 기초자산도 변화하는 추세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기초자산이 2개인 ELS 중 발행금액이 가장 큰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상품(1288억원)이었다. 1년 전 같은 시기에는 '엔비디아-테슬라'에 투자하는 상품이 발행금액 1288억원으로 1위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코스피 싱글 지수와 '삼전·하닉' 등 국내 종목 편입 상품의 공급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시장 상승에 따른 부담감 해소를 위해 '저낙인' 상품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낙인이란 손실을 볼 수 있는 하한선을 낮게 설정한 상품이다.
투자자들이 ELS의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판매 프로세스도 개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자 정보 등록 시 ▲투자 예정 기간 ▲수익 및 손실 중요도 ▲손실 감내 수준 등 답변에 따라 투자를 제한하는 '팩터 아웃(Factor-Out)'을 도입했다. 또 고난도 상품 가입 시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서 최상단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문구 등 유의사항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등 설명서도 강화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폭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경계가 모호해진 시점에서 조건부 수익상품인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며 "2026년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100조원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