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美국채 5.5% 넘자 코스피 23%↓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기술주 실적 좋고
현재 물가상승률 뺀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글로벌 국채 금리 급등으로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면서 과거 '닷컴버블'의 기억이 소환되고 있다. 그러나 닷컴버블 때와 달리 실질금리 여건과 견고한 기업 실적이 증시 하방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현 국면이 본격적인 붕괴의 전조라기보다는 강세장 속 누적된 단기 과열 해소 과정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3% 오른 7324.52로 개장한 뒤 오전 9시50분 기준 1.61% 내린 7154.64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7053.84포인트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3.20% 내린 1049.68에 거래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오른 1509.0원에 개장한 뒤 1511.5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5일 13.2포인트 오른 4.215%까지 올라간 후 전날 0.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4.262%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4.210%로 2.9bp 하락했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8bp, 0.6bp 상승해 연 4.204%, 연 4.046%에 마감했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도 미국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2.24포인트(0.65%) 내린 49363.88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49.44포인트(0.67%) 하락한 7353.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20.02포인트(0.84%) 내린 25870.71에 거래를 마쳤다.
3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0일(현지시간) 장중 5.2%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67%까지 올라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매도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전쟁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있다. 지난 2월28일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82일 차로 접어들면서 고물가 부담이 커졌다. 앞서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3.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6% 상승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동안 5.4% 오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는 이날 4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배럴당 110달러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73% 내린 배럴당 111.29달러에, 6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0.82% 하락한 배럴당 107.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전쟁 확전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미국·이란 간 입장차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이날 브렌트유 가격이 단기적으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20년 동안 발생한 세 번의 대형 버블 붕괴 중 하나인 1995~2000년 닷컴버블 붕괴 역시 금리상승에 의해 촉발됐다. 그러나 KB증권에 따르면 1999년 5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5%를 돌파했을 당시 코스피가 고점 대비 23% 급락하는 등 단기 조정을 겪었다. 같은 해 6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직후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코스피가 14% 반등했고, 나스닥은 오히려 2배 가까이 폭등하는 강세가 연출됐다. 진짜 버블 붕괴는 2000년 들어 단행된 연속적인 금리 인상 시점에 나타났다.
실제로 1999년 강세 국면을 보면 한 해 동안 코스피는 20%가 넘는 조정이 두 차례, 10% 이상 조정도 두 차례나 발생하면서 올랐다. 주가가 강하고 빠르게 오를수록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방위적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물시장과 인공지능(AI) 투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질금리의 변동성을 살펴봐도 닷컴버블 당시와는 뚜렷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과거 증시 붕괴를 유발한 긴축 발작은 대부분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동반 폭등할 때 발생했는데, Fed의 정책금리에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CPI)를 차감한 미국의 실질 정책금리는 5월 현재 -0.43%로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다. 물가 압력을 고려하면 현재의 통화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이고 확장적이라는 의미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0%로 추정된다. 주식시장 관점에서 고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 부담을 이겨낼 수익성인데 대형 기술주들의 이익 개선은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단기 과열 해소를 위한 조정이 나오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 낙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가 엇갈리는 국면에서는 잠복 불확실성의 극한을 상정하더라도 시장 충격은 코스피 하락률이 고점 대비 -10% 안팎으로 한정될 것"이라며 "이 경우 코스피의 하단은 7200포인트 내외에서 형성될 공산이 크며, 파는 조정이 아니라 시장과 반도체 등 주도주를 사는 조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