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기 성장산업에서 성숙산업으로
회수 문법도 바뀌어…이젠 공룡만 접근
한때 플랫폼 기업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가 모두 탐내는 자산이었다. 이용자 기반이 탄탄하고 시장 1위 지위를 확보하면 높은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플랫폼 규제,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플랫폼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다만 최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와 배달의민족 등을 중심으로 다시 대형 거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얼어붙었던 플랫폼 딜 시장에도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26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IPO가 막히면서 TPG 등 재무적투자자(FI) 회수 문제가 수년째 풀리지 않았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역시 다시 매물로 올라오면서 막혀 있던 플랫폼 '메가딜' 출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플랫폼 딜 '황금알' 호시절
플랫폼 딜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에는 PE 간 거래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대표 사례는 온라인 채용플랫폼 잡코리아다. H&Q코리아는 2021년 잡코리아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8000억원대로, H&Q는 투자원금 대비 약 8.5배를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민은 플랫폼 '메가딜'의 상징으로 꼽힌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2019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 당시 약 4조7500억원으로 평가하고 국내외 투자자 지분 약 88%를 품었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사업자가 글로벌 SI에 전략적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거래였다.
이후 DH가 배민 인수 승인을 위해 요기요를 매각한 과정도 플랫폼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보여줬다. GS리테일은 어피너티,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DH코리아 지분 100%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조건에 따른 카브아웃 딜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SI가 PE와 함께 플랫폼 자산을 받아낼 수 있는 시장이었다.
회수 난망…균열 생긴 플랫폼 투자
플랫폼 투자 공식에 균열이 생긴 대표적 사례로는 SSG닷컴이 꼽힌다. SSG닷컴은 어피너티와 BRV캐피탈로부터 총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구조에는 IPO와 총거래액(GMV) 등 일정 요건이 맞물려 있었고, 요건 미충족 시 FI가 지분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문제는 IPO가 예상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해지고, 플랫폼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SSG닷컴 상장은 지연됐다.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압박했고, 신세계그룹은 풋옵션 효력을 두고 FI와 이견을 보였다. 한때 법적 분쟁까지 거론됐지만 양측은 소송 대신 FI 교체 방식으로 갈등을 정리했다.
잡코리아로 성공을 거둔 H&Q코리아는 11번가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H&Q코리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은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투자 구조에는 5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 등이 포함됐다.
SSG닷컴과 마찬가지로 11번가 IPO는 이뤄지지 않았고, 경영권 매각도 어려웠다. SK스퀘어는 한 차례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고, 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11번가는 SK플래닛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SK스퀘어와 FI는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하기로 했다. 총 매매대금은 4673억원 규모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플랫폼 기업이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성과 시장 지위를 앞세워 IPO나 후속 매각을 기대할 수 있었다"며 "금리가 오르고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꺾인 뒤에는 '1위 플랫폼'이라는 타이틀만으로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우회로 택한 카카오모빌리티, 다시 시장 나온 배민
카카오모빌리티도 플랫폼 투자 회수 난항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혀왔다. TPG컨소시엄은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출범 당시 50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 추가 투자를 통해 누적 투자금이 6400억원 안팎까지 늘어났다. 국내 IPO와 지분 매각 등이 회수 방안으로 거론돼 왔지만, 가맹택시 관련 논란과 회계 이슈,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시장 부담, 최근의 중복상장 규제 기조 등이 맞물리며 출구 마련은 멀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증시 상장과 지분 매각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중복상장과 플랫폼 규제 부담에 FI들이 해외에서 답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모 자금의 상당 부분이 기존 투자자인 TPG의 회수에 쓰일 경우 '엑시트용 IPO'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배민도 다시 매물로 나왔다. 모회사 DH는 JP모건을 주관사로 정하고 약 8조원 수준의 가격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알리바바, 도어대시 등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된다.
이젠 성숙산업으로…플랫폼딜 문법 바뀌나
카카오모빌리티와 배민의 성격이 완전히 같진 않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국내 1위 플랫폼이고, 기존 주주의 회수 압박이 있으며, 국내 시장만으로는 출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과거 플랫폼 투자의 기본 출구는 국내 IPO 또는 국내외 PE 간 매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경로가 모두 좁아졌다. 국내 IPO는 중복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논란, 플랫폼 규제에 막히기 쉽고, PE 간 거래는 금리와 인수금융 부담 때문에 대형 거래를 소화하기 어렵다. 결국 초대형 플랫폼 자산의 출구는 해외 상장이나 글로벌 SI 매각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 성장성에 전략적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성장성보다 수익성, 규제 리스크, 현금흐름의 지속성이 먼저 검증돼야 하는 시장으로 변했다는 평가다. PE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플랫폼의 같은 1위 플랫폼이라도 투자자들이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준수하게 현금을 뽑아내는 일종의 성숙산업으로서 접근하고 있고, 그래서 예상 투자 주체도 PE보다는 덩치가 큰 SI 위주로 거론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