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전시회에서 'AI 메카'로 체질 개선
전시장 곳곳 덮은 젠슨 황 초록색 친필 서명
하이닉스·스타트업 아우르는 한국 구애도 계속
'Please Make More (제발 더 만들어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아시아 최대 규모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이 한창인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를 찾아 또 한 번 SK하이닉스를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SK하이닉스의 부스를 전격 방문해 전시된 차세대 반도체 제품들 곳곳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특히 이날 SK하이닉스가 최초로 실물을 선보인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웨이퍼 위에는 'Please Make More'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와 함께 친필 서명을 남기며 차세대 HBM 수급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192GB(기가비트) 소캠에는 '소캠 사랑해(LOVE SOCAMM)'라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행사 이틀 차인 3일(현지시간)에도 여전히 젠슨 황의 '팬 미팅 현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황 CEO가 전날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기업 부스를 투어하기 위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집채만 한 전시 구조물과 대형 인공지능(AI) 서버 랙들 사이로 울려 퍼지는 환호성은 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말해줬다. 말 그대로 엔비디아로 시작해서 엔비디아로 끝나는, '젠새니티(Jensanity·젠슨 황 광풍)'의 독무대다.
현장에서 만난 대만 현지 IT 업계 관계자는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저었다. 본래 컴퓨텍스는 대만 토종 하드웨어 기업들이 자사의 노트북과 PC를 뽐내며 글로벌 바이어를 만나던 하드웨어 장터에 불과했으나, 황 CEO의 기조연설이 글로벌 테크판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행사의 위상도, 성격도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저마다 부스에 '엔비디아 파트너' 로고를 박아 넣으며 협력 관계를 부각했다. 에이수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를 탑재한 PC '프로아트' 시리즈를, 기가바이트는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플랫폼 '베라 루빈' 랙을 전면 배치했다. 페가트론은 초대형 전광판 전체를 '젠슨 황을 환영한다(Welcome Jensen Huang)'는 문구로 도배하며 파티의 주인공을 맞이했다. 이들 제품 곳곳에는 황 CEO 특유의 익살스러운 문구와 함께 엔비디아를 상징하는 '초록색 친필 서명'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올해 컴퓨텍스에 출정한 국내 기업들 역시 이 같은 황 CEO의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날 황 CEO가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웨이퍼, 소캠2 등 주요 전시 제품에 남긴 사인을 다시 한번 보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날까지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의 슈퍼칩 '베라 루빈 200' 모형과 함께 소캠2와 HBM4를 나란히 배치하며 양사의 공고한 기술 파트너십을 시각화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슈퍼컴퓨터 'DGX 스파트' 실물과 SK하이닉스의 초고속·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5X'도 함께 선보이며 AI 동맹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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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대만 PC 제조사 에이수스가 '컴퓨텍스 2026' 부스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사인이 새겨진 PC '프로아트' 시리즈를 전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황 CEO는 같은 날 행사 막바지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트북용 14형 OLED 패널에도 사인을 남기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로 두 번째 컴퓨텍스 참가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고객사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부스를 꾸렸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엔비디아와 함께 OLED·QD-OLED 화질 체험존을 마련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 부스를 꾸린 삼성전자는 황 CEO와의 사인 이벤트는 없었으나, 8세대 HBM5 목조물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HBM5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2나노(㎚·1㎚=10억분의 1m)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샘플 출하를 마친 HBM4E의 웨이퍼와 칩셋도 선보이며 전시 공간을 채웠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컴퓨텍스 부스 대신 현지에서 글로벌 세트사를 대상으로 게이밍 OLED 로드쇼를 진행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전시에서 24.5인치 게이밍 OLED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게이밍 OLED 풀라인업을 다시 한번 확대했다.
한편 황 CEO가 메인 무대인 난강전시센터 1관을 누비며 대만 생태계를 결속하는 동안, 맞은편 건물인 2관에선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부문 수석 이사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황 이사는 이날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인셉션' 참여사들이 모여있는 부스를 찾아 관람객들을 운집시켰다. 특히 한국 로보틱스 스타트업 '리얼월드'의 부스 앞에서 제품 설명을 경청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최근 리얼월드가 자체 개발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은 8개 유형의 글로벌 성능평가(벤치마크)에서 기존 모델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엔비디아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 협력사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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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부문 수석 이사가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인셉션' 참여사들의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황 CEO는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컴퓨텍스 2026'을 뒤로 한 채 4일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소화하며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삼겹살 회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도 출연이 예고된 상태다. 오는 8일에는 업스테이지, 노타, 베슬AI, 리얼월드 등 국내 주요 AI 및 로봇 스타트업들과 서울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황 CEO가 국내에서 로봇 스타트업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