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전망 사상 첫 2250억불 흑자 눈앞
수출·설비투자 이끈 '상고하저' 확장 국면 돌입
반도체 쏠린 'K자형 양극화' 그늘 지적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한국 경제가 2년 만에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경상수지는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제 회복의 불씨가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에만 집중되면서 수출과 내수가 따로 노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5일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분기점' 세미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는 잠재성장률(2.0%)을 0.7%포인트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지난해 1.1% 저성장에서 벗어나 2년 만에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은 단연 반도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3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폭증하며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호황기를 맞이했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 등 미국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4사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0% 내외로 급증하며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5.6%, 설비투자는 4.0%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250억달러(약 34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경제의 최대 하방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종전으로 가닥을 잡으며 긴장 완화 국면에 접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유가와 물가, 환율이 받던 상방 압력이 다소 진정돼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화려한 수출 지표의 이면에는 깊어지는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 여파로 상반기 3.4%에서 하반기 2.0%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민간소비의 경우 완만한 소득 개선과 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누적된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 탓에 2.0% 수준의 완만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이 위원은 "경제 회복의 온기는 아직 고르지 않다"며 반도체와 비반도체, 제조업과 비제조업,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만큼 반등의 온기를 내수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적 대안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도영웅 한경연 책임연구위원 역시 "1분기 반도체 호황은 구조적 요인 외에도 일시적인 D램 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며 "한국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외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 강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회복의 신호와 구조적 과제가 공존하는 지금을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