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 신규 벤처투자 증가세
정책자금 기대감 속 선별투자 강화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바이오·의료 분야로 유입되는 자금이 회복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과 국민성장펀드의 헬스케어 분야 집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바이오를 다시 들여다보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정책자금 투입뿐 아니라 코스닥 등 회수시장의 신뢰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바이오·의료 신규 벤처투자는 7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82억원보다 89.6% 증가했다. 전체 신규투자 3조723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로 ICT서비스 26.6%에 이어 두 번째였다.
정책자금·미국 훈풍 겹치며 투자심리 회복
그간 국내 바이오 산업은 투자 혹한기를 겪었다. 기대를 모았던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 실패와 일부 상장사의 사건·사고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대형 운용사조차 후속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밸류에이션이 절반 이하로 깎이는 사례도 속출했다.
최근엔 정책 자금 확대와 맞물려 분위기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국민성장펀드는 2차 메가프로젝트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투자 범위에 포함했고,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5000억원 규모 트랙A 직접투자 대상으로 선정됐다. 신약·의료기기·위탁개발생산(CDMO) 등 헬스케어 전반으로 정책 자금이 흘러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셈이다.
국내 한 VC 대표는 "몇 년 전 특례 상장 기준이 올라가면서 바이오 시장이 위축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기저 효과가 나타나는 듯하다"며 "상장 기준 완화 가능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기조 역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 투자 집행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다시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개별 기업 직접투자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선택으로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자펀드 투자는 6000억원 규모의 실질적인 수급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 열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규모는 650억달러를 넘어 2020년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10억달러 이상 대형 거래만 16건이 성사됐다. 미국 바이오텍 상장지수펀드(ETF)인 XBI는 지난해 4월 저점 이후 100%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회복 관건은 '상업화'와 '회수'"
미국과의 괴리도 하반기부터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가 시장 지수의 움직임과 다르게 꾸준히 오르는 것은 강한 경기와 유동성의 방증"이라며 "미국과 한국 바이오는 역사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금리에 대한 해석이 바뀌면 하반기부터 양국 간 괴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의 주가 부진은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관심이 다른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크로스보더 딜 모멘텀(국경 간 기술이전·공동개발·전략적 투자·M&A 기대감)이 가시화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먼저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바이오 산업이 회복하기까지는 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장이 돈을 내고 사는 기술이 돼야 한다"며 "기술성으로 상장한 기업 중 일부라도 실제 상업화 성과를 내는 시장이 돼야 코스닥과 바이오 벤처투자 전반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코스닥을 부양하는 것보다 결과를 내는 기업이 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빨리 걸러지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며 "바이오 업계의 체력이 그대로이고, 산업 인프라도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처럼 다시 거품이 끼는 상황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