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데이터로 美가 돈 버는 구조"
대기업들 특정 플랫폼 의존도 낮추기 추진
엔비디아 종속 우려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로봇 등 한국 제조업 전반이 피지컬 AI로 재편되면서 공장과 로봇을 움직이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라는 원자재는 한국이 제공하고 부가가치는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가 굳어지면 한국 제조업이 기술적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도체 외에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피지컬 AI다.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엔비디아의 로봇 시뮬레이터 아이작 심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가상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다. LG전자도 홈 로봇 클로이드의 훈련, 시뮬레이션, 칩셋 등 로봇 기술 고도화 전 주기에 엔비디아 솔루션을 접목하고 있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을 쓸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제품 개발 기간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엔비디아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자동차나 로봇 제조 현장의 디지털 트윈은 기류, 마찰, 토크 같은 복잡한 물리 법칙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해 고성능 컴퓨팅이 필수적이고, 이는 곧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나 공급망 마비로 GPU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기업의 피지컬 AI 고도화도 발목이 잡힌다. K제조 혁신의 속도를 조절할 통제권을 외국 기업이 쥐게 되는 셈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엔비디아 플랫폼 록인(종속) 가능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디지털 트윈을 통한 시뮬레이션이 엔비디아 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날 플랫폼 접근이 통제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산업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상태가 굳어지면 한국 제조업은 고도화된 지능형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그 공장을 움직이는 핵심 원천 기술은 내재화하지 못하는 기술적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특정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인프라 국산화 사업의 주관 기관으로 선정돼 독자적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섰다. 두산로보틱스도 제조 현장의 비정형 숙련 작업을 높은 완성도로 수행하기 위한 작업 특화 지능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