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까지 의견수렴…이르면 이달 중 시행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 위반시 최대 10억
일반 자회사는 예외 허용…주주보호 노력 심사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주주동의는 최대 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해 판단한다. 다만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 없이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면 중복상장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당초 논의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조치로,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훼손하는 이른바 '비대칭적' 중복상장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것이다. 특히 개정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해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결의, 공시 등 '5대 의무'를 새롭게 부과했다.
그간 우리 증시에서는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분할한 뒤 자회사를 다시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되는 문제가 반복돼왔다. 미국(0.05%), 중국(2.4%), 대만(2.7%), 일본(4.0%) 등 중복상장 자체가 흔치 않은 주요국과 달리,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1.2%에 달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중복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에 따라 당국은 먼저 개정 상법에 따라 중복상장 추진 과정에서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주주와 소통해 주주 의사를 파악하고, 필요시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동의 여부도 명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이사회 찬반 결의를 거쳐 자회사에 해당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절차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며, 자회사를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앞으로는 일반 상장심사 외에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수준을 별도로 심사하는 특례기준이 신설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모회사로부터 이뤄진다면 독립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고,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찬성 결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주주 보호 노력을 이행했는지도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는 자회사를 해외에 상장시키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사회가 의무를 어기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 및 매매거래정지(1일)의 페널티가 주어진다. 금융위가 2024~2025년 코스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위반 기업은 10개안팎으로 파악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주주동의 요건은 자회사 유형별로 차등 적용된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주주동의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방식과 같은 3%룰을 적용해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출석 주주의 과반이면서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적분할 중복상장은 예측가능성, 모회사 디스카운트 우려 측면 등에서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이 가장 큰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 자회사는 당초 논의안보다 규제가 다소 완화됐다. 앞서 공개 세미나 등에서는 소수주주 다수결(MoM) 도입 등이 거론되며 사실상 모든 중복상장에 주주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안은 법무부 가이드라인 및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일부 예외를 인정했다. 주주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권고하지만, 일반 자회사의 경우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 등을 중심으로 개별 심사를 거쳐 상장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회사의 사업자금 조달 필요성 및 대안 존재 여부, 산업 특성, 모·자회사 관계 형성 경위 및 기간, 상대적 비중 등을 기반으로 요구수준을 차등화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에 구체적 심사사례를 지속 업데이트해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자회사 사업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필요로 하는 등 모회사와의 독립적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 자회사 상장의 정당성이 보다 인정될 수 있다. 첨단산업 역시 독자적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상대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도 일정 요건 충족 시 주주동의가 면제된다. 다만 저비중 자회사임에도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는 경우,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경우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 제정안과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안은 7~14일 공식의견 수렴을 시작으로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7월 중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왔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하지 않는 비대칭적 중복상장은 엄격히 금지된다"며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아는 모회사 이사회 또는 주주가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