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발표
30조→10조로 적용 대상 확대…이달 자시법 개정안 마련
당정이 2028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올 초 공개된 정부 초안보다 자산총액 기준을 낮추고 법정공시로 곧바로 시행하는 등 국제 기준에 맞춰 공시 체계를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ESG 공시는 2028년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도입돼, 2029년 5조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된다. 이후 2028~2029년 공시 이행 사항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원 이상 상장사까지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당정은 지난 2월 공개한 정부 초안보다 공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방식 역시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 초안은 2028년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거래소 의무공시로 시작하되, 일정기간 경과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정보 수요 대응과 국가적 과제인 녹색전환의 뒷받침을 위해 공시로드맵을 보다 전향적으로 수정했다"며 "공시여건 성숙을 '기다리기' 보다 '이끌어나가기'로 전략을 재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초안 공개 후 공시 대상에 코스피 주요 투자기업 상당수가 빠져 있고 국제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최종안에 이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공시 첫해에는 연결 기준 자산·매출 비중이 모두 10% 미만인 국내외 종속회사를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초안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공시 범위에 포함되는 기업은 종속회사를 포함해 2028년 291개(107개+184개)사, 2029년 3171개(157개+3014개)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3자 인증 시점 못 박아 …'기업 부담' 스코프3는 초안 유지
법정공시로 곧바로 적용되는 만큼 면책(Safe Harbor) 제도도 보다 적극적으로 설계했다. 시행 초기 3년간은 공시정보 전반에 대해 한시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이후에도 미래 예측정보나 제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 등 불확실성이 큰 정보에 대해서는 세이프 하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또한 제도 안착에 좀 더 무게를 둔 조치라는 평가다. 하지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과 행정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의무화된다. 이번 최종안에서 제도화 시점을 처음으로 못 박은 것이다. 김 과장은 "인증범위·수준, 인증업자 진입규제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는 의무화 일정에 맞춰 자본시장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 부담이 큰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 배출량) 공시는 대상별 3년 유예라는 초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2028년 첫 공시 기업은 2031년부터 스코프3를 공시하면 된다. 당정은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인프라와 협력업체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이 아닌 기업은 기존 의견수렴안대로 공시를 면제한다.
이밖에 최종안에는 거래소 자율 공시를 활성화하고 자율공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도 담겼다. 정부는 주요 업종별 파일럿 테스트,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 구축(2028년), 업종별 스코프3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 개발(2028년) 등도 추진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공시로드맵 발표로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진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등 로드맵 이행을 위한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신뢰성 있는 공시가 가능하도록 전방위적 지원방안도 마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공시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빠르면 이달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의미 있는 진전…면책 등 아쉬워"
ESG 전문가들은 국제적 흐름과 비교했을 때 초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일부 아쉬움도 표했다.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리서치&데이터본부장은 "초안보다 공시 범위, 대상기업 확대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법정 공시는 의미가 있다"면서 "형사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공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대상 범위를 늘려도 코스피200 종목이 모두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ESG 공시 데이터에 구멍이 생기기에 실무자 입장에선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ESG 전문가는 "법정공시, 적용 범위 확대, 제3자 인증 시행일 확정 등은 국제 기준에 비춰봐도 상당한 진전"이라면서도 "초기 3년간 면책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투자자들이 공시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적용 대상 확대와 법정공시 즉시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SG 공시를 위한 내부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거래소 공시를 거치는 준비기간 없이 사업보고서 공시로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초안보다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등 전체적으로 규제가 강화됐다"며 "시행 초기 세이프하버 도입 등은 다소 안도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