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가장 큰 변화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꼽아
후속입법 뒤따라야…내년 주총시즌 눈길
재계선 급격한 변화, 의사결정 지연 우려도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 4명 중 3명은 상법 개정이 지난 1년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의 증시 랠리에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 재평가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한 후속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함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확인됐다.
21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개정 상법 시행 1년(22일)을 앞두고 자본시장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개정 상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답변했다. '크게 기여했다'는 응답(20%)까지 포함하면 75%가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반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응답은 15%를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 랠리가 반도체 업황에 기댄 측면이 크고 코스닥이 여전히 부진한 점 등을 이유로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0%였다.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지난 1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도 긍정적 답변이 우세했다. '매우 긍정적'은 20%, '다소 긍정적'은 60%를 차지했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복수응답)로는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50%)'를 꼽았다. 이어 '주주권 보호 강화(45%)' '해외 투자자 관심 증가(40%)'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40%)' '코스피 랠리(25%)' 순이었다. 다만 15%는 '아직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이 아직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의 전문가 평가는 '초기 점검' 성격이 강하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지난해 7월 먼저 시행됐고, 올 하반기부터는 이른바 '3%룰'과 사외이사 선임 비율 변경,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내년 정기 주주총회는 개정 상법의 실질적인 안착 여부를 가늠할 주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그간 한국 증시 저평가는 기업의 경쟁력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자본시장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며 "상법 개정, 주주환원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스튜어드십 활동 강화 등은 이러한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행 초기 우려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 자체의 의미가 크다"면서도 "초기 정착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취지를 벗어나는 제규정 악용 가능성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추가적인 법·제도 정비 등 개혁 동력의 지속 여부, 일부 기업의 우회 꼼수로 개정 상법이 선언적 조항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계에서는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확대와 의사결정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