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E 배관·냉난방·전기수리 업체 인수
국내 돌봄기업 케어링, 1100억 투자받아
"AI가 대체 어려운 '사람'이 핵심 자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일상 속 필수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은 요양보호사 등 현장 인력이 핵심인 돌봄기업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고,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PE)들은 배관과 냉난방, 전기 수리업체를 인수해 대형 서비스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국내 VC, '돌봄 노동'에 뭉칫돈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돌봄기업 케어링은 올해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스틱벤처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고, 기존 투자자인 SV인베스트먼트와 IMM인베스트먼트, 현대투자파트너스 등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누적 투자금은 1100억원으로 늘었다.
케어링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65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기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등 소속 돌봄 종사자는 1만3000명에 달한다. 회사는 방문요양과 주간보호 등을 함께 제공하는 통합재가 시설을 연내 70개까지 확대하고, 1000명 이상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닥은 내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올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단계에서 2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한국투자증권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고 iM투자파트너스 등 VC도 자금을 넣었다. 확보한 자금은 돌봄과 간병, 시니어 주거 서비스 확대와 기업공개 준비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 거래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매월 1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돌봄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흩어진 돌봄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한 뒤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운영 역량이 회사의 가치를 좌우하는 구조다.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에 대한 구조적 수요 증가가 돌봄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최종 서비스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같은 사람이 제공해야 해서, AI가 단기간에 대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美 투자사, 동네 수리업체 묶어 100억달러 기업으로
해외에선 배관과 냉난방, 전기 수리 등 주택 관리 서비스 분야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관과 냉난방 서비스는 경기 상황이 나빠져도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고, AI와 로봇이 현장 기술자를 당장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 투자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2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미국 주택 설비 서비스업체 에이펙스서비스파트너스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에이펙스는 가정집의 냉난방 설비와 배관, 전기시설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회사다. 2019년 설립 이후 지역 업체를 잇달아 인수해 현재 미국 46개 주에서 7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1만3000명이 넘고 연간 매출은 30억달러를 웃돈다. 부채 포함 기업가치는 약 100억달러로 평가된다.
블랙스톤도 지난 2월 현장 기술자 1800여명과 유료 회원 15만명을 보유한 챔피언스그룹을 약 2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챔피언스그룹은 냉난방과 배관, 전기 서비스를 하나의 주택 관리 플랫폼으로 묶어 제공한다. 오크힐캐피털은 차고 문 수리업체들을 묶어 키운 길드개러지그룹을 8억달러가 넘는 가격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PE는 일정 규모의 회사를 먼저 인수한 뒤 같은 업종의 지역 사업자를 연달아 편입하는 '롤업'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업체가 보유한 상호와 기술자, 고객 관계는 유지하면서 회계와 광고, 콜센터, 인력 채용, 부품 구매 체계 등은 통합하는 것이다.
국내 한 PE 대표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투자금을 쓸어모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배관·타일 시공이나 수리 현장에서 직접 몸을 쓰는 일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며 "AI 기술이 당장 적용되기 어렵고 숙련 노동이 필수적인 분야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