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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1년]②"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바로 서야…국민연금 역할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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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경 전 APG운용 대표 인터뷰
의결권 자문사 의존…주주권 행사 소극적
"기업에 독립적인 적극적 목소리 필요해"
국민연금이 기금·공제와 한목소리 내야

한국 자본시장의 제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관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자체 판단보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의존하거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꺼리는 사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신흥국주식 부문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자본시장 개혁이 지속되려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부터 바로 서야 한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시장의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PG는 대형 연기금인 네덜란드공적연금의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6410억달러(약 948조원)에 달한다.


박 전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한국 자본시장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증시가 기업과 최대주주들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개인투자자들의 표심과 정치권,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스위트 스팟(최적점)'이 형성되면서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법 개정만으로 시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해서는 기업과 주주, 법·규제, 시장 관행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표는 "법이 바뀌어도, 기업 현장과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행동규범과 판단기준, 즉 관행으로 정착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결권 자문사에 의존하는 행태와 갑을관계에 처한 구조적 한계를 적극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일부 독립계 자문사를 제외하면, 다수 국내 자문사나 운용사는 기업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거나 ESG 컨설팅 및 자문 영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은 최근 흥국자산운용처럼 소신 있게 행사한 의결권이 즉시 주저앉곤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8일 흥국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의 110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이사회 심의 및 의결 없이, 이사회 구성원도 아닌 최태원 회장이 발표한 점을 문제 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흥국운용은 하루 만에 주식운용본부장 개인 의견이라며 철회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의존 구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도 한국 담당 정직원은 3~4명에 불과하다"며 "20~30페이지 분량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내용의 절반 이상은 회사 측이 보낸 항변 자료 수준일 뿐 정작 자문사의 자체 독립적 평가나 결론은 허술하게 덧붙이는 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추진 중인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확대 위임하려는 방안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가장 큰 수탁자 책임활동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 굳이 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내 운용사들에 의결권 행사를 맡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얼라인파트너스나 VIP자산운용처럼 독립성이 보장되고 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가치 제고를 명확한 목표로 하는 운용사에 한해 의결권을 예외적으로 넘겨주는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내 연기금·공제회와 함께 '에셋 오너 포럼' 같은 연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대형 자산소유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와 주주권 행사 원칙을 공동 연구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시장의 관행도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썝蹂몃낫湲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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