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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도 찜한 로봇 관절…냉장고 모터회사에 개미들 몰려간 이유 [이주의 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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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어 휴머노이드로 머니무브
에스피지, 국내 유일 감속기 3종 생산
다만 매출 비중 적고 글로벌 경쟁 관건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 블랙스톤은 지난 20일 "휴머노이드·자동화 시장은 폭발적 성장의 초기 단계"라며 국내 한 로보틱스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투자은행(IB) 업계가 평가한 이 기업의 가치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운용자산 1조3000억달러의 '큰손'이 그곳에 베팅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 즉 로봇 관절 때문이다. 로봇의 두뇌(AI) 못지않게 '관절'에 글로벌 자본이 몰리는 시대, 이번 주 개미들의 시선이 향한 곳도 관절 부품사 에스피지다.


냉장고 바람개비 만들던 회사, 로봇 관절을 접다


에스피지의 출발은 소박했다. 1991년 설립돼 냉장고 같은 백색가전용 팬(FAN)모터와 공장 자동화용 기어드모터를 만들어온 이름 없는 부품 회사였다. 미국 GE, 월풀 같은 글로벌 가전사에 납품하며 조용히 성장했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대량생산 범용품인 팬모터의 영업이익률은 3% 안팎에 그친다.


전환점은 '감속기'였다. 모터의 빠른 회전을 느리지만 힘 있는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부품으로,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페달은 가볍고 바퀴는 힘차게 굴러가는 원리와 같다. 로봇이 무거운 짐을 들면서도 손끝을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관절마다 이 감속기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독일과 일본 기업의 독무대였던 이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 감속기 세 방식(유성·SH·SR)을 모두 국산화한 국내 유일 기업이 에스피지다. '모터 회사'가 '로봇 부품사'로 다시 불리는 이유다.


세 방식을 모두 만들 수 있다는 건 로봇의 형태나 고객사가 어디로 튀어도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표준화된 폼팩터가 없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는, 특정 형태에 올인한 기업보다 여러 고객 요구에 두루 맞출 수 있는 '풀라인업'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체질 전환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은 3417억원으로 전년보다 12%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45% 넘게 늘었다. 저마진 모터 대신 고마진 감속기 비중이 늘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결과다. 다만 정밀 감속기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4%에 불과해, 지금은 '로봇 회사'라기보다 '로봇 관절을 막 만들기 시작한 모터 회사'에 가깝다.


삼성 로봇의 '관절 납품사'…미국 시장 진출도 가시권


에스피지가 로봇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관계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한 이 로봇 기업의 협동로봇·양팔로봇·4족보행로봇 전 라인업에 에스피지가 감속기를 단독 납품하고 있다. 단순 납품사를 넘어,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힘을 실을수록 그 온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방위산업으로 4족보행로봇의 활용처를 넓히면서, 국방 수요처럼 안정적인 주문이 확보되면 에스피지도 기대감이 아닌 실적으로 이를 확인할 여지가 커진다. 증권가는 레인보우로보틱스향 매출이 2027년 160억원 안팎으로, 2026년의 약 2배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자체 개발 액추에이터 'SDD'다. 감속기만 팔던 부품사에서 감속기·모터·제어기를 묶은 완제품 공급사로 올라서려는 시도로, 발열 문제를 기존 제품 대비 30% 이상 개선했다. 한국기계연구원과의 공동 개발로 국내 물량을 이미 확보했고, 6월 북미 최대 자동화 전시회 참가 이후 복수의 미국 기업과 비밀유지계약(NDA)을 검토 중이다. 아직 계약 체결 단계는 아니지만, 내수 부품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시험받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IBK투자증권은 에스피지의 2026년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6.2%, 24.2% 늘 것으로 보고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했다. 7월 16일(6만6000원)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은 51.5%다.


개미들이 확인해야 할 것들


다만 시장은 이미 상당한 기대감을 주가에 반영해 놓은 상태다. 에스피지 주가는 최근 1년간 144% 올랐고, 52주 최고가 15만8100원을 찍은 뒤 조정받아 지난 16일 6만6000원에 마감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은 197배에 달한다.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다. 로봇용 감속기 시장은 일본 하모닉드라이브·나브테스코 두 기업이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의 약 75%를 점유해온 곳이다. 국내 유일의 풀라인업이라는 지위는 강점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여전히 도전자에 가깝다.


관전 포인트는 '기대가 실적으로 확인되는 속도'다. SDD를 둘러싼 미국 기업들과의 NDA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지, 레인보우로보틱스향 물량이 전망대로 늘어나는지가 우선 관찰 대상이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삼성 로봇 사업의 속도가 곧 에스피지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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