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122조 관세 만료·301조 전환 유력
"한미 합의 상한선 15% 내 타결 전망"
"경쟁국과의 관세 격차가 성패 가를 요인"
미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의 희비는 최종 관세율보다 경쟁국과의 격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합의 상한선인 15% 이내로 결정되더라도 일본·대만·유럽연합(EU)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4일(현지시간) 만료되는 10% 글로벌 보편관세를 대신할 무역법 301조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USTR는 지난 3월부터 각국의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문제가 미국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왔다. 한국은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조사 대상에 모두 포함돼 강제노동 부문에서는 12.5% 관세가 예고된 상태다. 최종 관세율은 여기에 과잉생산 관련 관세가 더해져 결정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종 관세율이 한미 합의 상한선 이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3500억달러(약 51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가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지난달 초 무역 합의상의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내세우는 강제노동이나 공급과잉 명분은 동맹국에 적용하기엔 논리가 취약하다"며 "중국 등 예외 국가를 제외하면 12.5~15%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결손을 메우고 무역법 제122조 만료에 따른 관세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301조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맹국을 상대로 무리하게 관세를 올리기는 어려워 10~15% 사이에서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경쟁국과의 격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실장은 "우리 관세율 자체도 중요하지만, 미국 수입 시장에서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다른 국가들이 어떤 관세율을 적용받는지가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타국의 관세 부과 수치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통상적 마찰이 관세율 차등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 교수는 "관세율이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최근 쿠팡 사태나 국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로비 압력이 변수"라며 "이것이 타국은 12.5%로 낮춰주고 한국만 15%를 유지하려는 압박 카드로 쓰일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의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양 실장은 "중국산 강제노동 소재·부품 연계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공급망 미연루 증명서 등 소명 자료를 미리 구비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통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과잉공급의 본질은 중국산 저가 물량이며 한국 역시 피해국"이라며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과잉생산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인과관계 입증 자료를 준비해 둬야 향후 미국의 추가 조사나 이의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가격 전략의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그동안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자체 흡수하거나 재고로 버텨왔지만, 완충 여력이 다했다"며 "대미 수출 가격을 인상해 관세 부담을 미국 내 소비자·기업에 반영하는 정면 승부로 가야 미 정부도 물가 상승 압력을 느끼고 관세 정책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품목별 맞춤 전략과 통상 다변화도 과제로 꼽혔다. 강 교수는 "미국이 주력 시장인 배터리·반도체는 현지 생산 확대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구역으로의 생산기지 재편을 검토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과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정부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 시장 다변화 행보를 가시화해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