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단독 인터뷰
'AI는 메가트렌드…일희일비 말아야"
"단일종목 레버리지, 원금 녹아내려 위험"
"시장 가까이서 보지마라…장기투자 복리효과 누려야"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테마는 20~30년은 지속될 메가트렌드입니다. 당장 오늘 내일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방향성을 믿고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증시 붐을 역사적 관점에서 진단하며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국내에 처음 ETF를 도입하면서 ETF의 아버지로 불려왔다.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인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한 한국 ETF 시장의 초석을 깔았다. 이후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파격적인 상품을 잇달아 기획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단기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시장 상황에 경종을 울리며 개인 투자자들이 AI라는 대세 흐름 속에서 복리 효과를 누리는 건강한 장기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 대표는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AI라는 메가트렌드에 장기투자할 것을 권했다. 과거 증기기관(철도), 전기(제조업), 인터넷(플랫폼) 혁명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향후 20~30년간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의 부를 주도했다"며 "AI는 인터넷 혁명 이후 10년 넘게 준비된 기술이 폭발하는 단계로, 앞으로 20~30년은 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는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그 기술을 활용해 돈을 버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데이터센터, 전력, 그리고 반도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배 대표는 "과거 철도는 한번 깔아놓으면 100년, 200년을 가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철강 사업의 할 일이 줄어들었지만 반도체는 전혀 다르다"며 "반도체는 3년 이상 쓰면 마모되기 때문에 지속해서 더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갈아줘야 하고 이 때문에 반도체 인프라 생태계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모리(삼성전자·SK하이닉스), 설계(엔비디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TSMC), 장비(ASML)라는 반도체 핵심 공정 4대 밸류체인에 대한 글로벌 장기 투자가 유효하다고 제시했다.
배 대표는 최근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원금이 깎여 나가는 원리를 투자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초자산 가격이 25% 상승했다가 20% 하락하면 원점으로 돌아오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50% 상승 후 40% 하락해 원금 100이 90으로 줄어든다"며 "본주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변동성이 심하면 투자자의 자산은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레버리지 ETF가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메커니즘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일간 수익률 2배를 맞추기 위해 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직전(오후 2시30~3시30분)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배 대표는 "순자산(AUM) 10조원 규모의 레버리지 ETF라면 2배 노출을 위해 주식 10조원과 선물 10조원 등 총 20조원의 포지션을 들고 있어야 한다"며 "여기서 장이 10% 상승하면 총자산은 22조원이 되고 순자산은 12조원으로 늘어나는데 내일 2배 비율을 맞추려면 총 24조원의 포지션이 필요해 2조원의 선물을 시장에서 더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장이 10% 빠질 때도 마찬가지다. 총자산이 18조원, 순자산이 8조원으로 줄어들면 내일 필요한 포지션은 16조원이므로 2조원치를 시장에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 배 대표는 "오를 때 더 사고 빠질 때 더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개인 투자자들이 '방향'과 '시간'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확실한 미래 성장 방향(AI)을 잡았다면, 그다음부터는 시간의 힘, 즉 '복리 효과'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친구들한테 손자 태어나면 노후보장해주는 셈치고 나스닥100을 1000만원어치 사주라고 한다"면서 "연평균 15%로 가정하고 55년 후 은퇴한다고 하면 2180배가 된다. 1000만원이 218억원이 되는 것이다. 은퇴 시기를 60년 후로 가정하면 4300배가 된다. 5년 차이인데 2000배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샀다 팔았다 허비하는 5년이 나중에 2000배의 수익 격차로 나타나는데 레버리지 들어가서 시간이나 돈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을 향해 "변동성이 클 때 시장 등락에 너무 가까이 가 있지 말고 좀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서 "장기 투자를 하려면 시장을 가까이서 쳐다보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