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 앵커EP 제치고 우협 선정
사업 계속성·경영 안정성에서 승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항공기 부품기업 율곡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다른 원매자가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창업주의 경영 의지와 항공·방산 공급망이라는 산업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국내 운용사인 VIG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율곡 주요 주주인 JKL파트너스·WJ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측은 최근 VIG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통보했다. 거래 대상은 JKL·WJ PE 컨소시엄 보유 지분 47.09%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위호철 율곡 대표 지분 47.23% 중 일부다. 기업가치(EV)는 4000억원대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에는 VIG와 앵커EP 외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CGI,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뛰어들었다. 이중 끝까지 경합한 곳은 VIG와 앵커EP였다. 오히려 앵커EP는 더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VIG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에는 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위 대표는 회사 매각 이후에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면서 향후에도 회사 경영을 도맡을 예정이다. 항공기 산업 특성상 보잉 등 주요 고객사는 부품사 경영권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잉의 경우 납품 계약 내 조항을 근거로 회사 경영권 변동시 사전 동의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적인 납품 관계와 기존 경영진의 연속성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단순히 가격만으로 새 주인을 정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 측은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앵커EP를 선호했지만, 일부 지분을 남기고 계속 경영할 예정인 위 대표 측은 국내 운용사와의 조합을 더 선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율곡의 사업 영역이 방산과도 맞닿아있기에 해외 자본이 침투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고 사업 지속성과 고객 신뢰도 함께 고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율곡은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모든 기종에 주요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핵심 공급업체다. 국내외 경쟁사 대비 생산 체계와 수익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국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물론 미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부품 생산도 진행하면서 방산 산업과도 연계돼 있다.
이번 거래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PEF 시장에서 운용사의 국적과 지배구조가 정성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스케일업 리그에서도 외국계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이 숏리스트(적격 예비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가 미국계 운용사인 미리캐피탈이라는 점이 한때 쟁점으로 거론됐다.
PEF 업계 관계자 "MBK파트너스발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내 운용사 대상 규제 강화 논의가 커지면서 토종 PEF 역차별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다만 정책자금이나 국가 기반산업 관련 거래에서는 여전히 국내 운용사의 '토종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