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일부 주식 지급 방안 거론"
노조 "지난해 합의 훼손 수용 불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가 도입 1년 만에 다시 노사 협상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호황으로 실적이 급증하면서 성과급 재원도 크게 불어나자 회사는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개편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기술사무직 노조는 최근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위한 집중 실무 교섭에 들어갔다. 이번 교섭은 지난 14일 열린 3차 본교섭에서 성과급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민주노총 소속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 노조가 각각 별도로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이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고, 지급 상한을 폐지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270조원으로, 기존 합의대로라면 임직원 1인당 평균 7억~8억원대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사측은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임직원 보상을 장기 기업가치와 연계하기 위해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비롯한 개편안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전임직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안이 지난해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으며, 사무직 노조 역시 성과급 기준 변경이나 손해가 발생하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 주거 안정 지원 대출 제도를 신설한 점도 이번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노조가 대외적인 시선을 고려해 높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기보다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한 주택자금 대출 지원과 연금, 교대 수당 등 복지 항목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성과급 구조를 둘러싸고 노사가 분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 손질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회사의 지속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상한 없는 현찰 지급은 미래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해당 사안과 관련해 "SK는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며 "만약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침해하거나 악영향을 준다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손을 대고 바꿔야 하는 상황에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진통을 단순히 한 기업의 내부 노사 갈등을 넘어선 사회적 파장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정 기업 구성원에게 초고액의 성과급이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산업계 전반의 양극화 논란과 대외적 여론 악화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성과급 제도는 정당한 노사 합의의 결과물인 만큼 사측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고, 노조 집행부도 기득권과 조합원들의 여론을 의식해 선뜻 양보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성과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기본 취지는 살리되, 대외적인 파급력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노사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