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병목에 브렌트유 100달러선 돌파
美 전략비축유도 역대급 소진
유가폭등에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최대 피해 지역은 유럽…대안조차 없어
호르무즈 해협에 홍해 우회로까지 위협받는 '이중 병목'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미국 전략비축유(SPR) 원유 재고도 40년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만큼 세계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대 피해지역은 유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도 막히면서 '이중 병목' 우려↑
2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정현종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25~30%를 담당하는 핵심 길목이다. 지난해 이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량은 하루 2100만배럴 수준이었다.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80% 이상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은 호르무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동서 송유관을 활용했다.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낸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하루 약 400만배럴 규모의 우회 수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홍해 통로까지 막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동 원유의 주요 대안 수출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서서히 회복 중인 세계 원유 공급망은 추가 타격을 입게 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핵심 길목으로, 평시 하루 700만~9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했다. 세계 컨테이너 화물선의 약 30%도 이 통로를 지났다. 이곳이 막히면 원유뿐 아니라 자동차, 전자제품, 공산품 물류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홍해를 이용하지 못하는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갈 경우 운항 거리는 약 7000마일에서 1만7000마일 이상으로 늘어난다. 운항 기간도 10~14일가량 지연될 수 있다. 용선료, 유류비, 해상 보험료가 동시에 오르면서 원유 인도 단가가 크게 높아진다.
전략비축유도 역대급 소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세계 주요국 정부는 비축유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고, 대체 수송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문제는 이 비축유 여력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총 원유 재고는 7억3000만배럴로 지난해 평균의 87% 수준까지 줄었다. 전략비축유(SPR)는 3억2000만배럴로 지난해 평균의 78% 수준에 그친다. 전체 원유 재고에서 SPR이 차지하는 비중도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정책적 완충 장치가 약해진 셈이다.
정 연구원은 "전체 원유 재고(상업재고+SPR) 대비 40%대 초반까지 급락한 SPR 원유 재고 비중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제어 능력이 역사상 가장 약해진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가 충격 장기화 우려…최대 피해는 유럽
미국과 이란 간 재협상과 종전이 다시 이뤄져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 정상화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공급 충격이 몇 달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유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연구원은 "이중 병목이 현실화하면 브렌트유는 지난 5월 초 전고점인 114달러 수준까지 재급등할 위험이 커졌다"라며 "유가가 오를수록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한국시간으로 24일 브렌트유는 100달러선을 다시 돌파한 상태다.
이중 병목의 최대 피해 지역은 유럽이 될 전망이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산 원유 비중을 늘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수역이 위협받으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중동산 원유 직수입 경로가 사실상 막힌다.
후티 반군이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할 능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사일, 드론, 무인정 등을 활용해 상선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해운사와 정유사의 통항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 실제 타격 가능성이 조금만 높아져도 보험료와 선원 안전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완벽한 물리적 차단이 아니어도 실질적 봉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연구원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 외에는 대안이 없는 유럽은 제조업 가동 중단과 물가 상승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