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경영진 고의·중과실 인정 어려워”
사전협의 의무 위반에 2억여원 위약벌만
해외 자회사 재고자산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손실로 처리돼 실적이 달라지자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투자원금 회수에 나섰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정용신)는 벤처투자조합을 운용하는 VC인 A사가 투자 대상 기업 B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B사가 A사에 2억1118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약 17억4461만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위약벌만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베트남 자회사 재고자산 손실 처리로 실적 변동
앞서 A사는 2024년 3월 B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1만7500주를 약 14억원에 인수했다. 계약서에는 재무제표와 실사자료가 진실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진술과 보장' 조항과 계약 위반 시 투자자가 B사나 경영진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다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포함됐다.
문제는 베트남 자회사의 재고자산에서 불거졌다. 외부감사인은 현지 회계기준상 재고자산으로 인정된 금액을 K-IFRS에서는 그대로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사는 해당 재고자산을 감모손실로 반영하고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수정했다. 감모손실은 장부에 기재된 재고자산이 실제로는 부족하거나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A사는 투자 전에 제공받은 자료와 수정된 감사보고서의 매출액과 손익이 달라졌다며 B사 측이 진술·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기주식 규제에 막힌 원금 회수…위약벌만 인정
1심은 경영진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 자료를 제공했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료의 차이는 B사와 베트남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K-IFRS를 적용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B사 측이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매출액 등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렸고, A사도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영진에 대한 사기적 부정거래 형사 고소 사건이 수사기관에서 불송치(혐의없음)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 진술과 보장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금 회수 청구가 기각된 결정적인 이유는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 규제였다. 계약에 따라 B사가 A사의 주식을 직접 되사면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한다. 하지만 B사엔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이 없었고, 계약서에 규정된 매수 방식도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B사가 이사회와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투자자와 사전에 협의하고 결과를 통지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책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협의권 자체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해당 조항을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 무효 조항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의 15%인 2억1118만원을 위약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