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조치 공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에 긴급 대응…책임론 확산
보완책 발표 보름 만에 또…시장선 "효과 미지수"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발 책임론에 휩싸인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추가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좀처럼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진화시키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개인별 투자한도 규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나,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시장을 안정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량 관리 꺼내든 금융당국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저녁 '긴급 시장점검회의'에서 결정된 추가 조치는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관련 거래비용 확대 ▲모의거래 도입 ▲긴급 상황에서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위한 법적마련 근거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자리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외에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참석했다. 이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쏠림이 최근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시장 우려에 공감했다. 또한 앞서 발표된 기본예탁금 상향(현금 3000만원) 조치를 오는 31일부터 신속하게 시행하는 한편, 즉각 추가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추가 조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 총량 관리다. 금융당국은 총투자금액의 20% 이내 등 개인별 투자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등 배율 사례 등을 감안해 긴급한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선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과다호가부담금을 적용해 관련 거래비용 부담을 확대하고, 모의거래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보완책 공개 보름만에 또 보완책, 왜?
이번 추가 조치는 금융당국이 지난 16일 기본예탁금 상향, 매매수량 단위 확대 등의 보완책을 발표한 지 불과 보름만에 나와 눈길을 끈다. 당장 오는 31일부터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모니터링 기간조차 거치지 않고 부랴부랴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그만큼 최근 국내 증시 혼란이 크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현재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켜 사실상 국내 증시를 '베팅판'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때 1만피를 바라보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이틀 연속 급락해 지난 4월7일(5494.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린 상태다. 사상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2거래일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특히 전날 급락장 속에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을 겨냥한 레버리지 상품 출시 책임론이 거세게 쏟아진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폭락 사태는 금융위와 금감원발(發) 인재라는 진단에 동의하느냐'는 지적에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송구하다"고 수차례 고개 숙였고, 직후 관련 보완책을 논의하는 긴급 시장점검회의에 참석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여 간 코스피 시가총액 증발 규모는 약 2389조원으로 한해 국가예산 728조를 3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대통령 브라질 순방에 동행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이유를 시장 구조와 개인 투자자 탓으로 돌린 것 역시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레버리지 상품 출시 과정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언론 인터뷰가 먼저 나왔던 점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확산한 상황이다. 야당 정무위원들은 전날 청와대의 증시 부양 압력이 레버리지 ETF 출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며 금융당국 수장 사퇴,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새로운 카드 없다" 시장 효과엔 의문
다만 이번에 공개된 보완책 중 상당수는 이미 금융투자업권 간담회 등에서 이억원 위원장이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내용이다. 총투자금액의 20% 등 일정비율 이내로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안, 모의거래 도입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기존 검토안을 구체화한 수준으로는 시장 충격을 진정시키기에 부족할 것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패닉셀이 패닉셀을 부르는 상황에서 이미 언급된 카드들을 내놓은 게 얼마나 시장 진화 효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금융당국 책임론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본 예탁금을 5000만원까지 높이고 배율조정이 가능한 변동 레버리지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그간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수를 낮출 경우 당초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수익자 총회를 거쳐야만 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안 검토 과정에서 살펴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거래일시정지, 상장폐지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전날 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한 정청래 후보는 주가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꼽으며 거래 중단을 포함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는 현재까지 공개된 보완책 시행을 살펴보자면서 필요시 예탁금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증안기금을 가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장폐지를 대원칙으로 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국민 다수에게 해악을 끼치고 재산을 축내는 나쁜 상품이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폐지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