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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누르기 기업 ‘6년간 PBR 하위 25%’ 기준에…“상속세율 개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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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누르기 꼼수 철퇴…세제개편안 살펴보니
저PBR·중복상장 기업 겨냥…상속세 산정 강화
"근본 원인은 높은 상속세" vs "기존 법안보다 후퇴"

정부가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최하위권을 기록한 상장사를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판단, 상속·증여세를 더 내도록 한다.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장사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주요국 대비 높은 상속세율이라는 근본 원인을 두고 규제만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앞서 국회에 발의된 '주가누르기 방지법'안보다는 후퇴했다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주가누르기 상장주식 평가방법 개선을 비롯해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과세특례 신설, 자기주식 과세체계 정비 등 자본시장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주가누르기' 기업 기준 나왔다…평가방식 어떻게 바뀌나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상장기업들의 고의적인 주가누르기 행태를 막기 위한 상속·증여세 손질 부분이다. 그간 현행 제도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앞둔 대주주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6년간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10%(코스닥)에 해당하는 기업을 주가누르기 추정 대상으로 보기로 했다. 또한 최근 1년간 중복상장, EB 발행 등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최근 3년간 주가가 30% 이상 하락한 기업도 대상에 포함했다.


주가누르기 기업으로 분류되면 상속·증여세 산정을 위한 평가방식이 강화돼, 세 부담도 커지게 된다. 현행은 상속·증여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개편안은 최대 6년6개월까지 평가기간을 확대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저PBR 기업의 경우 '최근 6개월 전~6년6개월간 평균 주가' 또는 '현행 기준의 1.3배'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상속재산가액을 결정한다. 기업가치 훼손 행위로 주가가 급락한 기업은 '최근 6개월~3년간 평균 주가'가 적용된다. 기존보다 과세 기준이 최소 30% 높아지는 셈이다.


적용대상 여부는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납세자가 기업가치 저하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할 시엔 기존 평가방식이 유지된다. 현재 정부는 주가 누르기 추정 기업 규모를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7.5%인 최대 200여개로 추산하고 있다. 개정안은 법령 개정 등을 거쳐 2027년 4월 1일 이후 양수·양도되는 주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상속세 개편" "실효성 약해" 전문가 의견 살펴보니

다만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심의를 거친다하더라도 PBR이라는 지표 하나로 주가누르기 기업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이 실제 주가 조작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PBR은 기업분석 툴의 하나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며 "주가를 누르지 않아도 누르는 상태로 보일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입증해야 하는 기업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기업이 고의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면 그 원인은 상속·증여세인데, 상속·증여세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이런 안을 추가하면 파생적 문제를 하나 더 만드는 게 된다"고 상속·증여세 개편을 촉구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주가치보다 승계 부담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으로 고율의 상속·증여세가 지목되는 만큼, 세율 합리화 등 제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 주식은 최대주주 할증 과세(20%)가 적용돼 최대 60%까지 세 부담이 발생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우리나라가 상속세율이 가장 높기에 이러한 (주가누르기) 우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상속세율을 낮추고 기업을 살리는 게 더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년간(기업이) 생존하기도 어려운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조정할 것을 염려해서 과세하는 것은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안이 기존 논의보다 후퇴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법안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 시 '주가'가 아닌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과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간 주가누르기 방지법 시행과 상속세율 합리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세제개편안은) 이소영 의원안에 비해 아주 약해졌다. 해당되는 회사가 소수"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회장은 "첫번째 추정요건(업종별 저PBR)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코스피 기업이 제외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이야기하고 국회에서 1년 이상 논의해온 취지를 재경부가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요건들을 살펴보면 기업이 피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상속세율 인하가 자칫 부자감세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6년간 PBR 누적 평균을 적용하면 (기간이) 너무 길고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의 저PBR 기업 공표제도 기준 등과 시점을 통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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