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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펀드판매 은행에 '악의의 수익자' 판단 [Inve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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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판매
"1년 뒤 무조건 조기상환" 설명…2심 "투자자 속인 것"
자율조정 후 남은 투자금까지 반환 명령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를 '1년 뒤 무조건 조기상환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해 판매한 은행이 투자자에게 자율조정 후 남은 투자금과 이자까지 돌려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1-2부(재판장 곽형섭)는 투자자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일부를 취소하고 "하나은행은 A씨에게 1억14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본사 상품 담당자가 조기상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고, 프라이빗뱅커(PB)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당초부터 펀드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며 '악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은행을 '선의의 수익자'로 본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민법에서 선의·악의는 받은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를 의미한다. 선의의 수익자는 받은 이익이 현재 남아 있는 범위에서 반환하면 되지만, 악의의 수익자는 이익이 남아 있는지와 관계없이 받은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 손해가 있으면 배상책임도 진다.

공식자료와 달리 "무조건 상환" 설명

앞서 A씨는 2019년 7월 하나은행 PB의 권유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5억700만원을 투자했다. 공식 상품제안서상 투자 기간은 약 37개월이었다. 설정 후 13개월과 25개월 시점에 거래 상대방의 판단으로 조기 종료할 수 있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기상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과 원금손실 가능성도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하나은행 본사 투자상품 담당자는 PB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약 1년1개월 시점 조기상환 가능", "조기상환의 조건은 별도로 없음(무조건 상환)"이라고 적었다. 이메일을 받은 PB도 A씨에게 해당 펀드를 '1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가입 후 통화에서도 PB는 "하나은행에서 무조건 1년 조기상환이라고 판 것"이라거나 "본부 상품팀에서 그렇게 팔도록 들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안내한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1심 '선의' 판단, 2심서 뒤집혀

1심은 PB가 공식자료와 달리 1년 만에 무조건 조기상환될 것처럼 설명한 행위를 '기망(속임)'으로 인정하고 펀드계약 취소를 받아들였다.


다만 하나은행이 투자금을 받을 당시 계약 취소 가능성과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란 점까지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선의의 수익자로 판단했다. 투자금에 대해서도 펀드 신탁재산에 편입돼 하나은행에 남은 '현존이익'이 없다며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항소심은 조기상환 여부가 계약 체결을 좌우하는 핵심 정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만기까지의 3년과 조기상환 1년은 투자자의 자금 활용계획과 위험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13개월 뒤 조기상환은 기초자산 회수금만으로는 사실상 어려웠고, 후속 펀드 판매로 모집한 신규 투자금을 재원으로 삼는 방안이 검토됐다. 증권사가 콜옵션을 반드시 행사한다는 서면 약정도 없었다.


재판부는 본사 담당자가 펀드 출시와 판매 안내를 맡은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펀드와 관련해서는 피고의 대리인 등 피고와 동일시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 담당자와 PB의 설명은)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춰 현저히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 고지한 경우"라며 하나은행을 악의의 수익자로 봤다.


A씨가 2023년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금의 80%인 4억560만원을 돌려받은 만큼, 항소심은 남은 20%인 1억140만원과 투자일인 2019년 7월4일부터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별도 공동소송은 패소…개별 증거가 결론 갈랐다

이번 판결은 같은 펀드 투자자들이 공동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건과 다른 결론이다. 공동소송에선 투자자의 착오와 계약 취소가 인정됐지만, 취소 사유를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하나은행을 선의의 수익자로 판단했다. 투자금이 신탁재산에 편입돼 현존이익도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A씨 사건에선 본사 이메일과 PB의 설명, 투자 이후 통화 녹취 등이 주요 증거로 제출됐다. A씨를 대리한 정현종 변호사는 "기존에는 착오에 관한 판결이 많았고 판매사의 사기나 악의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종류의 펀드라도 사건마다 증거와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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