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경제학자 논문 6000여편 조사
지난해 한국경제 연구 비중 8.4%
SSCI 위주 교원 평가 한국 연구 기피 유발
초저출산과 고령화, 지역 소멸 등 국가적 난제가 쌓여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경제학자들의 한국 경제 관련 연구 비중이 한 자릿수대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룬 실증 연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에 대한 대학의 평가 및 보상 구조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은 4일 세계 최대 경제학 문헌 데이터베이스인 경제학 연구 학술논문(RePEc) 기준 국내 소속 상위 25% 경제학자 112명의 논문 6149편을 조사한 '세계적 연구와 국가적 난제의 균형: 연구 생태계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구조 개편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25년까지 게재된 논문 중 한국 경제를 직접 분석한 연구는 13.1%에 그쳤다. 이는 중립적 연구(66.5%)나 해외 경제 분석(20.4%)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 한국 경제 연구 비중은 2010년대 평균 15.7%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이후 급락해, 2024년(8.1%)과 2025년(8.4%)에는 1999년(6.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1980년대생 신진 연구자 집단의 한국 경제 연구 비중이 5.1%에 불과해 젊은 학자들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연구 공백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 학술지 게재 실적 중심의 대학 평가 체계를 꼽았다. 사회과학 인용색인(SSCI)급 해외 저널 게재 여부가 교수 임용과 정년 보장(테뉴어)의 절대적 기준이 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중심의 최상위 저널에 채택되기 유리한 해외 주제나 중립적 이론 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해외 유학파 중심의 공동연구 확대, 시계열이 짧고 단절되기 일쑤인 국내 데이터의 가용성 한계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한국 경제 연구 활성화를 위한 3대 과제로 교원 평가 기준 다원화 및 독립적 평가 축 마련, 부처별 공공·민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원스톱 연구 플랫폼 구축, 입법·정책 연계를 위한 브릿지 펀딩 조성 등을 제안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국내 신임 교수가 정년 보장(테뉴어)을 받으려면 SSCI급 해외 저널 게재가 필수 조건인 점을 고려하면 연구경력 초기에 한국경제 연구 비중이 낮은 것은 경제학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도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산업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분석이 뒷받침될수록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규제 도입이나 노사 갈등에 대응하는 기업의 불확실성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원장은 "본 연구는 연구자들의 학문적 기준을 낮추거나 고립을 자초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국가적 난제 해결 사이의 균형을 되찾자는 취지"라며 "기업·산업 현장에서 구조적 난제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경제단체로서, 그 해법을 뒷받침할 연구 역량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짚어본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