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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프로젝트 성공조건]②용수·전력·인허가…과감한 속도전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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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신설·용수사용 권리 확보 시급
재생에너지, ESS 등 연계 보완전원 활용
산업폐수 처리 지역 갈등 대응도 과제

정부와 산업계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과제가 있다. 팹 가동에 필수적인 대규모 공업용수 확보부터 24시간 끊김이 없는 전력 공급망, 그리고 쓰다 버릴 폐수 방류와 환경영향평가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루 65만t 공업용수와 초순수…어디서 끌어오나

반도체 제조는 '물의 산업'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양의 용수가 필요하다. 웨이퍼를 씻어내는 최고 순도의 '초순수'를 만들려면 원수의 수질과 유량이 안정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특히 국내 반도체 팹의 용수 부담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IT 인프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총 취수량은 각각 1억9770만t(반도체 비중 약 90%), 1억1700만t으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아마존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연간 직접 취수량(약 950만t)을 훌쩍 넘어섰다. 전력 집약적인 데이터센터와 달리, 반도체 팹은 용수 확보와 관로 인허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일차적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서남권에 팹 4기가 들어설 경우 필요한 공업용수는 하루 60만~65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암댐과 광주댐 등 기존 호남권 주요 수계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 클러스터가 팔당댐·화천댐·여주보 등 다중 수원을 연계해 공급 시점을 맞추는 게 관건이라면, 서남권은 수원 확보부터 초순수 인프라, 용수 사용 권리 확보까지 풀어야 한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호남권은 주암댐이나 광주댐 수계로 돌리고 있는데, 결국 물을 끌어오려면 댐을 하나 더 지을 수밖에 없다"며 댐 신설 등 근본적인 대책과 이에 따른 수조 원대 비용 셈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용수 이슈가 리스크로 작용할 경우 전체 투자 집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조혜빈 교보증권 선임 연구원은 "정부 주도 사업 특성상 용수 공급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작지만, 수원 확보 협의와 관로 착공, 초순수 및 재이용수 인프라 승인이 지연될 경우 팹 가동률과 투자금 회수 시점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용수 확보 시점과 인허가 실행력이 반도체 설비투자의 핵심 선행 변수"라고 꼽았다.

"24시간 무정전 기저전원 필수…신재생 넘어 '원전 믹스' 시급"

전력 수급 역시 넘어서야 할 큰 산이다. 팹은 단 1초의 전압 강하나 정전으로도 수천억 원의 웨이퍼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서남권이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지만, 이를 핵심 전원으로 사용하기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연계한 보완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기저전원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며 "정지 상태인 영광 원전의 계속운전을 조속히 추진하고, 모자란 부분은 호남권 신규 원전 건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최근 전력원으로 한빛 원전 6기와 지역 재생에너지의 조합을 제시하고, 열과 증기가 필요한 일부 반도체 공정을 위해 LNG 발전소 건설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가 미비해 보이는 것은 전기를 받아줄 대형 공장과 수도권 송전망이 부족해 한전이 신규 발전 사업 허가를 보류해왔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팹이라는 거대 수요처가 들어서면 발전 인허가의 물꼬가 트이고, 한전의 계통 연계 승인으로 발전소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수·순천·광양 지역에서 운용 중인 3GW급 LNG 발전 인프라에 추가 건설 중인 3GW급 설비를 추가하면 전력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팹 4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상시 무정전 전력은 약 6.3GW로 대형 원전 4.5기 규모에 해당한다.

썝蹂몃낫湲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로 선정된 전남광주 군 공항 부지. 연합뉴스

폐수 방류와 지자체·주민 갈등은 '시한폭탄'

용수와 전력 확보에 성공해도 대규모 산업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및 지역 주민과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반도체 팹의 폐수에는 화학물질과 미량 중금속은 물론 고온의 온수가 섞여 있어 엄격한 수질 관리와 방류 대책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서남권 수계가 지닌 수량의 환경적 한계다. 문 교수는 "바다에 폐수를 방류할 때 오염이나 생태계 문제를 유발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강은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호남권 하천은 한강이나 낙동강과 비교해 유량이 작아 폐수 방류 시 환경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하천 방류 대신 서남해안으로 수십㎞의 해양 관로를 뚫어 방류하려 해도 관로 건설 비용 부담 주체와 연안 어촌계의 어업권 침해 반발을 풀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대가뭄이 발생했을 때 우선순위 문제도 남는다. 문 교수는 "특히 대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질 때 반도체 팹에 용수를 우선 배정하는 문제에 대해 지역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이윤종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초빙교수 역시 "폐수 처리나 인허가 문제 등은 단순한 기술적 영역을 넘어 지역 주민의 정서와 맞물리는 정치·사회적 문제"라며 "수도권과 비교해 반도체 산단 경험이 적은 지역에서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면 과거 용인 사례보다 주민 갈등을 핸들링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추진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부지 조성공사 입찰이 늦어지고, 지자체 간 용수·송전선로 인허가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수년씩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의 입지 조건 중 인력과 물류는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쉽지만 물, 전력, 지자체 간 갈등은 핵심 변수"라며 "특히 용수 확보와 방류 문제는 가뭄이나 주민 생활·농업용수와 충돌까지 고려해야 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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