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변동성 상승의 배경 검토' 보고서
상반기 코스피 수익률 변동성 3.6%
"변동성 3분의 1이 삼전닉스 영향"
기관·외국인 매도 vs 개인 매수 '수급 충돌'
올해 상반기 코스피 변동성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커진 주된 원인이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과 투자자 간 수급 충돌 여파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에는 '기관·외국인 매도 vs 개인 매수' 구도의 수급 충돌이 한층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거 변동성의 주된 원인이었던 유가, 금리, 환율 등 거시 변수의 영향은 약화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주식시장 변동성 상승의 배경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3.6%로 지난해(1.4%)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지난 3월과 6월에는 각각 4.8%, 4.7%를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2020년 3월(4.2%)을 웃돌았다.
주요 36개국 주식시장과 비교해서도 코스피 변동성은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석·장근혁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상승했지만 한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다소 이례적인 상황으로 한국 증시 고유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일본(토픽스) 증시의 변동성은 1.3%에서 1.5%로, 대만(가권)은 1.5%에서 1.8%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다. 미국(S&P500)의 경우 1.2%에서 0.9%로 오히려 내렸다.
이번 보고서에서 자본연이 변동성 확대 원인을 기간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미국·이란전쟁 직후만 해도 유가·금리·환율 등 거시변수가 시장 변동성을 끌어올렸으나 이후 이들 변수의 영향은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비중 확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 투자자 유형별 수급 충돌이 시장을 흔든 핵심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삼전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코스피가 반도체 산업 고유의 위험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2026년 초부터 시작된 주가지수의 가파른 상승이 두 대형주의 주가 상승에 의해 주도됐다"며 "삼전닉스가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초 23%에서 2026년 초 24%, 2027년 6월 말 55%까지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어 "문제는 두 종목의 변동성이 올 들어 크게 증가했고 동일한 반도체 분야 기업으로서 주가 동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두 종목의 수익률 상관계수는 0.82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일간 수익률 변동성에서 삼전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삼전닉스를 제외한 코스피200의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지난해 1.4%에서 2.9%로 1.5%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전체 코스피 기준으로 2.3%포인트 상승했음을 고려할 때 두 종목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상반기 코스피200 변동성 증가의 3분의 1가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두 종목의 비중이 커지면서 주가지수의 위험분산 효과가 약화되는 것은 물론, 주가지수가 반도체 산업 고유의 위험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여파를 미쳤다. 보고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급격한 확장 이후 나타난 불확실성 증가가 전이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AI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이 국내 증시로 전이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 유형별로 수급 방향이 차별화되고 수급 강도가 커진 것 또한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운 배경이 된 것으로 지목됐다. 투자자 유형별 매수·매도 방향을 살펴보면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순매도, 개인과 증권은 순매수로 명확히 차별화한 양상으로 확인된다. 올 상반기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누적 순매도 대금은 각각 153조원, 37조원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증권사(금융투자)의 누적 순매수 대금은 각각 73조원, 92조원이다. 보고서는 "금액이 커진 만큼 수급 강도도 커졌다"며 "사실상 기관투자가의 매도와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강하게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이러한 투자자 간 수급 충돌이 가장 큰 변동성 원인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비중 축소에 나선 반면 개인은 직접 투자와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매수를 이어가면서 주문 불균형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회귀분석에서도 올해 5월 말 이후 변동성 증가분 가운데 투자자 수급 충돌의 기여도가 0.75%포인트로 가장 컸고, 메모리 반도체 변동성은 0.13%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리·유가·환율 등 거시 변수는 안정되면서 오히려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다만 보고서는 시장의 문제 제기와 달리 단일종목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단일종목 ETF가 도입된 이후의 표본이 32영업일에 불과해 더미변수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단일종목 ETF의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가 축적된 후 정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